제28화
“잘했어. 근데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꼭 나한테 말해. 함부로 덤비면 안 돼.”
윤시헌이 서나빈의 입가에 묻은 밥풀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훑어줬다.
‘이 말은 혹시... 일 있으면 말하라, 내가 지켜 주겠다는 뜻?’
서나빈은 자리에 굳은 채, 그의 손길이 스친 입가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가슴속 작은 사슴이 미친 듯이 뛰어 숨이 가빠지고 뺨이 활활 달아올랐다.
갑자기 윤시헌이 너무 다정하게 느껴져서 머리가 하얘졌다.
“나 먼저 씻고 올게.”
윤시헌은 그녀의 머리를 톡 건드리듯 쓰다듬고 식탁을 떠났다.
‘머리를... 만졌다...’
서나빈은 완전히 멍해져서 그의 뒷모습이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눈으로 좇았다.
길게 숨을 내쉬고 볼을 꼬집었다. 꿈이 아니었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든든한 말을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방금 그의 말과 태도는 누가 봐도 그 뜻이었다.
서나빈은 딴생각을 하며 밥을 뜨다 말다 했고, 조금 전 그가 했던 말만 되새기느라 얼굴이 파도처럼 붉어졌다.
...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윤시헌은 서재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고, 서나빈은 서재 한쪽 미니 소파에 앉아 야근하듯 스케치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하나도 정리가 안 됐다. 온통 윤시헌의 작은 스킨십만 맴돌았다.
답답해진 그녀는 노트북을 옆으로 살짝 밀어두고 소파에 엎드렸다.
윤시헌이 그쪽을 힐끗 보았다. 실크 홈웨어에 드러난 완벽한 라인이 눈에 들어오자 목젖이 꿀꺽 넘어갔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더 귀여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나빈은 몸을 일으켜 도화지를 꺼내고 노트북으로 뭔가를 조용히 검색했다.
“시헌 씨.”
그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응?”
“이사할 때 제 원고 박스 말인데, 어디에 뒀는지 아세요?”
짐 정리를 일부 그가 도와줬던 게 어렴풋이 떠올랐다.
윤시헌은 천천히 일어나 책장 옆 전시 선반에서 큼직한 박스 하나를 꺼냈다.
“이거 말해?”
“네, 그거예요.”
서나빈은 소파에 무릎을 꿇고 상체를 숙여 두 손으로 박스를 받았다. 보물을 찾은 듯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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