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서나빈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문에 비친 자신을 한 번 훑어보고 머리를 쓸어 올린 뒤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런데 불쑥 옆에 선 윤시헌의 어깨에 그 기울어진 머리가 딱 닿아 버렸다.
‘헉, 뭐야!’
그녀는 화들짝 고개를 바로 세우고 엘리베이터 문에 비친 그의 실루엣을 바라봤다.
윤시헌이 고개를 비스듬히 숙여 그녀를 내려다봤다.
“대표님, 왜...”
“...”
회사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치던 그 느낌 그대로라 호칭이 저도 모르게 바뀌어져 나왔다.
“시헌 씨.”
서나빈이 서둘러 고쳐 말했다.
“같이 둘러보자.”
윤시헌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간신히 그의 시선에서 벗어나나 했는데, 오히려 그가 따라붙었다.
‘이 남자 오늘 한가한가? 대표라면 매일 산더미 같은 일에 치일 텐데... 요 며칠 얼굴도 근심스러워 보였는데, 이런 때에 나랑 구경을 한다고?’
띵.
문이 열렸다.
윤시헌이 먼저 타고 3층을 눌렀다. 밀폐된 공간에는 윤시헌 특유의 은은한 단향이 가득했다. 숨쉬기도 조심스러워 그의 향 속에 빠져 익사할 것만 같았다.
3층.
넓은 서재가 도서관처럼 펼쳐져 있었고, 더 안쪽에는 길이 여섯 미터는 되어 보이는 긴 책상이 있었다. 그 위에는 붓글씨 도구가 가득했다.
그 너머에는 아담한 작은 발코니가 있어서 완전히 딴 세상 같았다.
“와...”
서나빈은 감탄을 죽이며 괜히 시골 티 난다고 생각할까 싶어 최대한 조심했다.
윤시헌이 그녀를 힐끔 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너 서예 잘한다며.”
“그냥... 조금이요.”
서나빈은 크게 나서지 않았다.
예전에 해외에서 서가을, 임재인과 여름 두 번을 같이 보낼 때, 임재인이 날마다 붓을 쥐게 했다. 서나빈은 손이 빨라 뭐든 빨리 배우는 편이어서, 임재인을 꽤 만족하게 만들었다. 그 뒤로는 스케치를 못 할 때는 붓을 잡고는 했다.
공기에는 어색함이 흐르고, 두 사람의 발걸음에도 서먹한 리듬이 배어 있었다.
“시헌 씨는... 쓰세요?”
서가 사이를 어색하게 걸으며 서나빈이 물었다. 도대체 여긴 뭐 하러 올라온 건지 스스로도 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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