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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윤시헌이 무슨 뜻인지 알았기에, 서나빈은 1층에서 방까지 올라오는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아까 연시훈이 바래다주며 건넨 다정한 말들을, 그는 아마 전부 들었을 것이다. “아까 저를 데려다준 사람, 그 사람 집에서 밥 먹었고요. 서율이랑 애들도 같이 갔어요. 그 사람은 제 선생님 아들이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같은 동네였고, 저를 많이 챙겨 줬어요. 저는 늘 오빠라고 불렀고요. 근데 저는 그 사람 좋아하지 않아요.” 현관에 서서 신발을 갈아 신는 남자를 보며 서나빈은 숨도 쉬지 않고 한꺼번에 털어놨다. “응.” 윤시헌은 갈아 신은 신발 옆에 슬리퍼를 그녀의 앞으로 내밀고, 허리를 굽혀 그녀의 신발을 벗겨 주고 갈아 신겨 주었다. “화난 거 아니에요?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서나빈은 마치 동상처럼 멍하니 서서 윤시헌이 신발을 갈아 신겨 주는 대로 맡겼다. “안 화났어.” “그만해요. 아까 전화에서는 ‘여보’에 ‘사랑해’까지... 그건 딱...” 말끝을 문득 삼켰다. 질투라는 두 글자는, 지금의 관계에 썩 어울리지 않는 듯해 억지로 눌러 담았다. 윤시헌의 손이 그녀의 신발을 다 신겨 놓자, 그는 천천히 몸을 폈다. 그제야 그녀는 깨달았다. 자기는 쏟아내듯 떠들고 그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윤시헌이 몸을 일으키자 압박감이 훅 다가왔다. 키 166인 그녀가 190 가까운 그 앞에 서니, 현관에서 꼬마가 벽에 몰린 듯 도망갈 데가 없었다. “그런 남자들이랑은 좀 떨어져. 아니면 우리 관계 공개해도 상관없어.”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지만 보이지 않는 무게가 등줄기를 눌러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자리가 네 무덤 자리로 딱이야.’ 차라리 욕을 몇 마디 해 주면 덜 떨렸을 것이다. “알았어요.” 서나빈은 이미 충분히 거리를 두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니까 화 풀어요. 꽃 좀 따 왔어요.” 꼭 아이 달래듯 그녀가 말했다. 윤시헌이 그가녀 품에 끌어안고 있던 꽃을 흘끗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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