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서나빈 스스로도 윤시헌을 조금은 좋아하게 된 것 같았다.
서나빈이 고개를 살짝 돌리자, 바로 앞에 기대 서 있는 윤시헌이 보였다.
그는 단정한 검은색 홈웨어 차림이었다. 길고 반듯한 실루엣에 뛰어난 외모까지, 보기만 해도 얼굴이 달아오를 만큼 반칙이었다.
대리석 아일랜드 옆, 그녀와 반팔 길이쯤 거리에서 모든 것을 꿰뚫는 듯한 눈으로 오롯이 그녀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슴속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작게 남아 있던 불씨에 불이 붙더니 금세 활활 타올랐다. 귓불부터 홍조가 번져 볼까지 퍼졌고 손에 쥔 컵을 무의식적으로 꽉 쥐었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어젯밤, 시헌 씨가 저를 데려왔어요?”
“응.”
윤시헌은 양손을 대리석 위에 포개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았다.
“제 옷도... 갈아입혀 준 거예요?”
“응.”
그녀는 난감해서 그를 바라보다가도 슬그머니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서나빈은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우리 혹시...”
말끝이 흐려졌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 도무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고 싶었던 말, 우리 했냐는 거지?”
“...”
귀 끝까지 붉어졌다.
윤시헌이 천천히 그녀의 귀 옆으로 몸을 기울이며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
“했으면 좋겠어? 아니면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어?”
뜨거운 숨결이 그녀를 덮쳤다.
서나빈은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그의 수다스러운 입을 막고 밀어냈다.
“저도... 모르겠어요...”
손바닥에 닿은 윤시헌의 입술이 젖은 듯 뜨거웠다.
그는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아 손등에 살짝 입을 맞췄다.
“걱정하지 마. 네가 동의하지 않으면 안 건드려.”
손등이 화끈거려서, 그녀는 황급히 손을 거둬들였다. 조금 서운했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더 곤란한 건 지금 그녀가 입은 옷이었다. 브라 캡이 들어간 검은색 슬립 탑, 몸에 감기는 실크가 곡선을 또렷하게 살려 주었다.
‘옷 고르는 센스도 참...’
그날 밤만큼 과감하진 않아도, 그가 한 번에 알아볼 만큼 충분했다.
말랑하고 깨끗한 느낌에 은근한 섹시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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