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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다음 날, 김현숙이 약속했던 100억 기부금이 정확히 입금되었다. ‘기부금 도착’이라는 문자를 받았을 때, 온지아는 마침 도민정 커플과 함께 학교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휴대폰 화면을 슬쩍 확인한 뒤, 옆 테이블에 마주 앉아 각자 말없이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두 형제를 힐끗 바라봤다.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휴대폰을 내려놓은 온지아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 앞 테이블을 손끝으로 ‘툭툭’ 두드렸다. “표 좀 끊어줘.”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번쩍 들며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온지아는 달콤한 미소를 머금은 채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생각 정리했어. 내일, 두 사람이랑 같이 서강으로 돌아가려고.” “정말이야?”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외쳤다. 온지아는 일부러 한숨을 쉬며,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두 사람도 알잖아. 나, 예전에 강하늘의 괴롭힘 때문에 정신적으로 큰 트라우마가 있었고... 이번 일로 그 기억이 다시 도져버렸어.” 형제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읽던 그녀는 덧붙였다. “그래서 약속해 줘. 최소 보름 동안은 나한테 너무 가까이 다가오거나 신체 접촉 같은 건 절대 금지야. 안 그러면 나, 다시 영영 떠나버릴 거야.” “좋아! 약속할게!” “걱정하지 마!” 두 사람은 감격한 얼굴로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럼 먼저 가서 준비해.” 온지아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미소 지었다. “난 친구들이랑 마지막 작별 식사 좀 하고 갈게.” “알았어!” 두 사람은 벌떡 일어나 들뜬 표정으로 식당을 나섰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민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저렇게까지 지아 씨한테 집착할 정도로 좋아한다고요?” 온지아는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좋아해서가 아니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다시금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내가 예전처럼 모든 걸 바치며 헌신했다면 아마 저렇게까지 집착하지도 않았겠죠.” 잠시 말을 멈췄던 그녀는 담담하게 덧붙였다. “가질 수 없는 것일수록 더 애타고 미칠 노릇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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