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민채린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벅찼지만 표정은 여전히 그를 배려하는 듯한 모습을 유지했다.
그런데 이번에 유하준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손을 토닥이며 달래주었다.
“괜찮아. 그냥 작은 선물일 뿐이야.”
“그리고 기억나? 내가 그날 다혜가 선물을 들고 너에게 사과하러 오게 하겠다고 말했잖아. 네가 만족하지 않는다면 네가 만족할 때까지 한동안 다혜를 외면하겠다고. 자, 이 선물이 마음에 드는지 한번 봐봐.”
이 말을 듣자 객석에 있던 하객들도 모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사교권은 좁았지만 악명 높은 아내를 맞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아내가 어떠하든 남편이 밖에서 아내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 상식이었다. 필경 가정의 불행은 밖으로 드러내면 안 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하준이 아내가 다른 여자에게 사과하려고 보낸 선물 상자를 공개적으로 여는 모습은 모두에게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사진작가도 눈치가 빠르게 재빨리 렌즈를 유하준이 들고 있는 상자에 고정했다.
상자가 서서히 열리면서 사람들의 숨소리도 점차 멎어갔다.
마침내 상자가 열리자 가정 법원의 공식 인장이 찍힌 이혼 합의서가 카메라를 통해 모든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티장은 순간 술렁대기 시작했다.
유하준의 손이 허공에 굳어버렸으며 얼굴의 미소도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이혼 합의서였다.
게다가 가정법원의 공식 인증을 받아 이미 효력이 발생한 이혼 합의서였다.
그것은 그가 정다혜에게 이혼을 당했음을 의미했다.
무대 아래에 있던 몇몇 친구들이 대형 화면에 뜬 이혼 합의서를 보더니 각자 흥분한 채 무대로 달려와 그를 둘러싸며 축하를 퍼부었다.
“좋은 일이잖아, 하준아! 이제 진짜 고생 탈출이야!”
“그래! 드디어 그 더러운 년에게서 벗어난 거라고!”
“너랑 채린이가 결혼할 때 꼭 내가 신랑 들러리 할 거야!”
그들은 흥분해서 그를 밀치며 상자에 남아 있는 물건을 꺼내 들었다.
“어이구, 낙태 확인서네!”
“그년이 그래도 자각은 하는 모양이야. 아이를 지워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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