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사거리 하나를 지나던 순간, 신소은이 갑자기 안전벨트를 확 벗어던졌다.
“한섭 씨! 도대체 왜 이래? 오늘 하루종일 정신이 딴 데 가 있었잖아!”
운전석의 남자는 핸들을 쥔 손을 순간 더 꽉 움켜쥐었다.
기억 속의 신소은은 언제나 말끝이 살짝 내려앉은,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달랐다.
박한섭이 고개를 돌리자 그대로 그녀의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소은아...?”
그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신소은은 자신의 반응이 지나쳤다는 걸 단번에 깨닫고 급하게 표정을 다잡았다.
“미안해. 아까 너무 놀라서... 마음이 좀 그랬어.”
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긴 속눈썹이 눈 아래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너무 신경 쓰지 마.”
고개 숙인 신소은의 얼굴을 내려다보는데 박한섭은 어쩐지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휴대폰 속 탐정의 미확인 메시지가 다시 그의 신경을 잡아끌었다.
“내가 미처 신경을 못 썼어. 일단 너부터 집에 데려다줄게.”
신소은은 치맛단을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 차가 신씨 가문 별장 앞에 멈추고 나서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난 올라갈게. 운전 조심하고.”
하지만 문이 닫히는 순간 그 웃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눈가에 머물던 온기마저 말끔히 지워졌다.
집 문을 열어보니 거실 공기는 숨이 막힐 만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양부모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고 탁자 위에는 구겨진 몇 장의 종이가 놓여 있었다. 바로 신채이가 남긴 친자 포기각서였다.
김혜선은 울먹이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소은아... 너희 언니가 사라졌어. 전화도 안 되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어...”
“이제 며칠 꽤 됐다.”
심장이 멈칫하는 느낌이 들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만큼 세게 움켜쥐어서야 신소은은 비로소 올라오는 미소를 억누를 수 있었다.
그녀는 급히 달려가 김혜선의 손을 붙잡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혹시 위험한 일이라도 당한 거 아니에요?”
목소리에는 덜도, 더도 아닌 딱 알맞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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