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박한섭이 집에 돌아왔을 때, 집 안은 숨 막힐 듯 고요했다.
넓은 공간에는 사람의 인기척이 없었고 차가운 공기만이 텅 빈 집안을 감돌았다.
그리고 그 차가움 사이로 신채이의 향수 냄새가 은은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신채이가 없는 집은 그냥 텅 빈 공간일 뿐이라는 걸.
안방부터 서재, 욕실까지...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하나도 없었다.
당시 신채이가 함께 가구를 고르러 가자고 했었으나 박한섭은 늘 바쁘다는 이유로 핑계를 댔다.
나중에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모든 게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신채이는 마치 손에 익은 것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그랬던 집이 모든 게 그대로인데 지금은 오직 그 ‘사람’만이 사라져 있었다.
이미 집안을 한 바퀴 돌았음에도 박한섭은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으로 신채이가 무언가 흔적을 남겨두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버릴 수 없었다.
점점 숨을 가쁘게 쉬며 손끝을 떨었다.
그리고 마치 무언가를 찾듯, 집 안 구석구석을 헤집기 시작했다.
옷장 안, 책상 뒤, 문틈까지...
뭔가를 남겼을 법한 모든 곳을 뒤졌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집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었고 신채이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을 침대 위에 걸었지만 거기에도 그녀는 없었다.
그러자 박한섭은 마치 가슴에 수천 개의 은침이 한꺼번에 꽂히는 듯한 통증에 휘청거렸다.
말짱한 정신으로 그제야 박한섭은 신채이가 정말로 떠났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혼 얘기를 꺼냈을 때 박한섭은 그녀가 아파하거나 울부짖고, 심지어는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않을까 상상했었다.
하지만 실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신채이는 단 한 가지의 일만 한 것이다. 바로 그와 이혼하고 그를 떠나는 것.
그날 밤 박한섭은 단 한숨도 잠들지 못했다.
그렇게 다음 날,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서 기다리던 비서가 다가왔다.
“대표님, 오늘 오후 3시에 회의가...”
“취소해.”
그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을 잘랐고 옆에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