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도은아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구진성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았고 차디찬 빛이 감도는 눈동자가 서늘하게 일렁였다.
“들어와 살겠다고?”
그 물음에 도은아는 천진난만한 척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왜? 혹시나 심가연 씨가 나 챙겨주는 게 마음 아파서 그래?”
말끝은 유난히 나긋했지만 시선은 의미심장하게 심가연을 스치고 지나갔고 입가에 걸린 미소에는 노골적인 도발이 서려 있었다.
“진성 오빠, 설마 오빠 마음속에서 그냥 보모에 불과한 여자가 나보다 더 중요한 거야?”
울먹이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에 구진성의 안에서는 이유 모를 짜증이 피어올랐다. 그는 말없이 심가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녀를 훑는 눈빛엔 조소가 어린 채 날카롭게 번뜩였다.
“보모 따위가 뭐가 아깝겠어.”
그 말은 날 선 칼처럼 심가연의 심장을 깊숙이 찔렀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고 손바닥 속에는 손톱자국이 깊게 새겨졌지만 그녀는 여전히 감정을 누른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구 대표님 말씀이 틀린 건 없어요.”
심가연은 조용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제 일은 어디까지나 어린 도련님을 돌보는 것까지입니다. 도은아 씨까지 돌보는 건 제 업무가 아니에요.”
도은아의 얼굴에 순식간에 불쾌한 기색이 번졌다. 감히 자신을 거절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듯, 이내 억울한 얼굴로 눈시울을 붉히며 구진성을 올려다보았다.
“진성 오빠, 나 그냥, 잠깐만 돌봐달라는 건데... 내 부상도 결국 저 여자 때문이잖아...”
그 순간, 구진성의 눈빛이 얼음처럼 굳어졌다. 그는 차갑게 심가연을 노려보며 낮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건가요?”
“구 대표님...”
심가연은 붉어진 눈가로 그를 바라보며 숨죽여 중얼거렸다.
“전 당신한테 고용된 사람이에요. 당신한테 팔려 온 게 아니라요.”
그녀가 말을 이어가는 동안 머릿속엔 어젯밤의 그 광기 어린 시간이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처럼 차갑게 외면할 거였으면 왜 그 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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