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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의사 진민수가 달려와 의식을 잃은 유이를 재빨리 살펴봤다. 심가연은 눈이 벌겋게 부은 채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연약한 뒷모습을 깊은 눈빛으로 쳐다보던 구진성은 묘한 감정이 점점 더 강렬해졌다. 이 여자는 정말로 딸을 사랑하고 있었다. “폐에 감염이 있어서 호흡이 곤란해진 겁니다. 지금 즉시 산소호흡기를 달아야 해요.” 그러고는 약상자에서 작은 산소마스크를 꺼내 유이의 얼굴에 씌웠다. 어린 딸이 고통을 겪는 모습에 심가연은 다시 눈물을 글썽거렸다. “괜찮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구진성의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심가연은 그를 돌아봤다가 눈물이 떨어지려던 순간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는 가슴에 저도 모르게 묵직한 통증이 스쳤다. “진성아, 이 아이 지금은 위기를 넘겼지만 당장 병원으로 옮겨 체계적인 치료를 받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진민수가 금테 안경을 고쳐 쓰며 깊은 눈빛으로 말했다. “언제든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 그 말에 심가연은 그녀의 전부를 잃기라도 한 듯 맥없이 주저앉아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는 딸을 멍하니 바라봤다. “의료실로 데려가.” 잠시 후 구진성의 차분한 목소리가 울렸다. 진민수는 구진성과 바닥에 주저앉은 심가연을 놀란 얼굴로 번갈아 봤다. “진성아, 보육사의 딸을 큰 병원보다 더 좋은 의료실에 들여보내겠다고?” 구씨 가문 별장의 의료실은 그의 아들을 위해 마련된 곳이었다. 왜 심가연의 딸에게 이곳을 허락했는지 그도 알지 못했다. 한참 뒤 그가 덤덤하게 말했다. “아이는 죄가 없어.” 진민수는 더는 뭐라 하지 않고 유이를 조심스레 안아 의료실로 옮겼다. 의료실에서 유이의 호흡이 안정된 모습을 보고서야 심가연은 마침내 마음을 놓았다. 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달랬다. “우리 유이, 깨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의료실에 간호사와 의사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구진성의 시선이 줄곧 심가연에게 머물렀다. 평범한 면 소재 원피스를 입고 흐트러진 긴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린 그녀는 연약하면서도 강인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심가연을 보고 있자니 구진성은 알 수 없는 짜증이 솟구쳤다. ‘임준석이랑 낳은 아이를 엄청 사랑하는구나.’ “심가연 씨, 딸 이제 괜찮아요.”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 “그런데 내 아들은 아직 가연 씨를 기다리고 있어요.” 심가연은 정신을 차리고 구진성을 올려다보았다. 눈가에 맺힌 맑은 눈물이 그녀를 더욱 가련해 보이게 했다. “대표님, 딸 곁에... 있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진 박사도 말했잖아요. 이미 위험에서 벗어났다고요.” 구진성이 몸을 돌려 나가려는데 여전히 침대 옆을 지키는 심가연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차갑게 말했다. “가연 씨 딸이 우리 집 의료실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이유가 뭔지 잊었어요?” 그 말에 심가연은 멈칫했다가 바로 침대를 짚고 일어나 구진성을 따라 의료실을 나섰다. 세 걸음마다 뒤를 돌아보는 그녀를 보며 구진성이 코웃음을 쳤다. “그렇게 불안하면 그냥 딸을 데리고 임씨 가문으로 돌아가요. 매일 옆에서 지켜보게.” 심가연은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황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안방. 구재호가 아기 침대에서 손발을 버둥거리며 불만스러운 소리를 냈다. 심가연의 눈빛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미소를 지으며 침대 옆으로 다가가 손뼉을 치며 아기를 달랬다. 익숙한 냄새를 맡은 구재호는 기분이 좋아져 몸을 뒤집고 다리를 쭉쭉 뻗으며 까르르 웃었다. 그 모습에 구진성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작 이틀 만에 아들이 심가연과 이렇게 친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가연이 능숙하게 구재호를 안자 구재호는 그녀의 품으로 파고들며 젖을 찾았다. 그녀는 재빨리 단추를 풀었다. 만족스럽게 젖을 먹는 아기를 내려다보면서 저도 모르게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아기의 긴 속눈썹과 아직 선명하지 않은 이목구비가 구진성과 똑 닮아 있었다. 누가 구진성의 친아들이 아니랄까 봐. 젖을 먹이는 모습을 보던 구진성은 갑자기 온몸이 뜨거워져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몸을 돌렸다. “재호 잘 돌봐줘요.” 그가 욕실로 들어간 후 심가연은 구재호의 얼굴을 톡톡 건드렸다. “네 아빠가 너처럼 얌전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구재호는 입으로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잡았다. 심가연은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배부르게 먹은 구재호는 그녀의 품에서 만족스럽게 잠들었다. 아기 침대에 내려놓고 이불을 덮어주려는데 아기의 어깨에 모반 같은 게 있는 걸 발견했다. 옷깃을 살짝 젖혀 확인한 순간 그녀는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구재호의 목에 유이와 똑같은 나비 모양의 모반이 있었던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쌍둥이한테만 같은 모반이 생긴다고 했는데...’ “잠들었어요?” 그녀가 혼란에 빠진 그때 뒤에서 들려온 구진성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모습에 구진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해했다. “뭐 잘못한 게 있어요?” 놀라서인지 아니면 흥분된 건지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마음을 진정하고 모반에 대해 물으려던 찰나 그가 약지에 낀 심플한 결혼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빠르게 뛰던 심장이 갑자기 차분해졌다. 이런 자신이 너무도 우스웠다. 유이는 그녀와 구진성의 딸이고 구재호는 구진성이 다른 여자와 낳은 아들이다. 두 아이가 남매인데 같은 자리에 같은 모반이 있는 게 뭐가 이상하단 말인가? 심가연의 속상하고 분노한 눈빛을 마주한 구진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차갑게 웃었다. “무슨 배짱으로 상사를 이렇게 똑바로 쳐다보는 거죠?” 누군가 심장을 쿡 찌른 것 같았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구진성은 오히려 더 못마땅해졌다. “나와요. 물어볼 게 있으니까.” 분명 조금 전까지 그녀의 딸을 위해 의사까지 불러줬으면서 지금은 또 얼음처럼 차갑기 그지없었다. ‘구진성이 언제부터 이렇게 변덕스러워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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