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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임다영은 믿기지 않았다. 이런 때에 연시윤이 전화를 걸어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임다영은 가슴이 복잡하게 요동치는 가운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조심스레 입을 열었지만 한동안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혹시 잘못 건 전화일까 싶어 고개를 갸웃하던 순간,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야?” “저는 밖에...” 임다영이 대답을 잇기도 전에 연시윤의 말이 겹쳐왔다. “호텔로 가. 내일 아침에 사람을 보내서 저택으로 데려다줄게.” “호텔이요? 무슨 호텔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임다영이 되묻는 순간, 수화기 너머로 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시윤 오빠, 오늘 기자회견 정말 꿈같았어요. 정말 공주가 된 것처럼 오빠 품에 안겨서 모두의 축복을 받는 기분이었어요. 아직도 깨어나고 싶지 않아요...” 백유리의 목소리는 달콤한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다가 뭔가 눈치챈 듯 잠시 멈추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어머, 통화 중이었군요? 그러면 방해하지 않을게요.” 연시윤이 대답할 틈도 없이 임다영은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렸다. 괜히 그들의 행복한 순간을 망쳐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창백해진 임다영의 얼굴을 본 조건욱이 조심스레 물었다. “다영 씨? 괜찮아?” “괜찮아요.” 임다영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운전해요. 어디든 상관없으니까.” 어차피 임다영이 갈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갑자기 이렇게 순순히 날 따라간다고요? 내가 혹시 다영 씨를 팔아넘기면 어쩔 건데?” 임다영은 피식 웃으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냈다. “지금 제 이름값이 얼마나 된다고요. 팔린대도 큰돈이 되겠어요?” 그 무심한 태도에 조건욱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늘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던 작은 야생 고양이 같은 여자가 이렇게 무너진 모습은 처음이었다. 잠시 후,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눈에 익었다. 임다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 도련님 집 아니에요?” “맞아.” 조건욱은 어깨를 으쓱하며 웃어 보였다. “사실 어디로 데려가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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