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화
박동진은 눈치가 너무 빨랐다.
하지만 오 교수는 나이도 들고 경험이 많은 사람답게 표정은 여전히 잔잔한 물결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박 대표님, 내 말에서 함정을 찾으려고 애쓸 필요 없어요. 나와 가빈이는 정말 교수와 제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리고 가빈이가 어떤 사람인지는 대표님이 더 잘 알잖아요.”
그는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가빈이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다면 두 배로 열심히 공부했을 겁니다. 그런 비뚤어진 길을 택하지 않았겠죠. 또한 가빈이는 대표님을 그렇게 사랑하는데 만약 그날 밤 나와 무슨 일이 있었다면 직접 털어놓고 대표님이 판단하도록 했을 겁니다.”
박동진은 말없이 오 교수를 뚫어지게 바라봤고 무언가를 곱씹는 듯하면서도, 또 진위를 가늠하는 눈빛이었다. 그러자 오 교수가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예전엔 두 사람이 그렇게 다정한 걸 보고 평생 변함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네요.”
“저랑 가빈이가 이렇게 된 건 오 교수님께서 사실을 안 알려주셔서 그런 거 아닙니까?”
“아니요. 이건 내 탓이 아니에요. 결국 대표님의 의심이 문제죠. 진심으로 가빈이를 믿는 게 아니라는 증거잖아요.”
“...”
“괜히 내 앞에서 애쓰지 마요. 내 답은 변함없어요. 시간이 너무 늦었는데 산 아래까지 내려다 주겠어요?”
원하는 답을 못 듣자 박동진은 갑자기 지친 기색을 보였고 그의 목소리에 묘하게 간절함이 묻어났다.
“대충 짐작은 됩니다. 그날 호텔에 다른 사람이 있었고 뭔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겠죠. 그리고 오 교수님과 가빈이는 그 사람을 지키려고 입을 다문 거고요.”
오 교수는 놀란 듯 얼굴이 잠시 하얗게 질렸지만 금세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렇다면 저도 오 교수님의 뜻을 존중해 드리겠습니다.”
박동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하준우가 사람들과 함께 다가왔다.
“오 교수님을 모셔다드려. 예의를 잘 지키고.”
“네.”
오 교수는 차에 올랐고 한 경호원이 직접 운전해 산에서 내려갔고 박동진은 원래 자리에 서서 산 아래 성냥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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