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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달빛은 고요히 흘러내리고 별빛은 드물게 깜빡였다. 밖에서 돌아온 뒤로 박동진은 줄곧 서재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임수연은 몇 번이나 핑계를 대고 들어가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 두드려도 대답이 없어 임수연은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새벽녘 임수연은 소파에 기대 잠시 졸고 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박동진은 드디어 방에서 나왔지만 평소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왠지 지쳐 무너진 사람처럼 보였다. “동진 씨...” 임수연이 조심스레 불렀지만 박동진은 인상만 찌푸린 채 임수연을 외면하고 곧장 발코니 쪽으로 걸어갔다. 임수연은 미리 준비해 둔 다과와 과일 접시를 들고 서둘러 뒤따랐다. “오늘 저녁도 거르셨잖아요. 이렇게는 안 돼요. 과일이라도 조금 드세요.” 박동진은 발코니 벽에 기대서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박동진은 연기를 깊게 들이마신 후 천천히 내뱉으며 담담히 말했다. “배 안 고파.” 임수연은 과일 접시를 두 손에 꼭 쥔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마침내 박동진이 그녀를 흘깃 바라봤다. 오늘도 임수연은 흰 원피스를 입고 검은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리고 있었다. 어두운 밤빛이 임수연의 모습을 가리듯 감싸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어쩐지 송가빈을 떠올리게 했다. “앞으로 흰 원피스 입지 마.” 박동진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말했다. “흉내만 내봤자 결국 서툰 흉내일 뿐이야.” 임수연은 씁쓸하게 웃으며 반박하지 않았다. 오늘 밤 자신이 한 행동이 아무리 교묘히 꾸민 우연이라고 해도 박동진이 그걸 믿을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억지로 변명해 봐야 오히려 박동진의 반감을 키울 뿐이었다. 임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말했다. “...알겠어요.” 순순히 받아들이는 태도에, 박동진은 더 이상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임수연을 향한 차가운 시선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이제야 깨달았어.” 박동진은 담배 연기 사이로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차례로 내 앞에 나타났던 여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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