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4화
혼인신고를 한 뒤로 정찬수는 가끔 농담 삼아 신혼 첫날밤이니 뭐니 하며 놀리곤 했지만 실제로는 늘 선을 지켰다.
아마도 송가빈의 성격을 이미 잘 알고 있어서 말로만 놀릴 뿐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이렇게 틈틈이 장난을 치는 바람에 송가빈의 마음은 늘 불쑥불쑥 흔들렸다.
특히 이번에는 고개를 들었을 때 정찬수의 눈 속에서 반쯤 장난기 어린 시선을 발견한 송가빈은 조금 화가 났다.
“하루 종일 피곤했는데 제발 좀 그만 놀리면 안 돼요? 놀랐잖아요.”
정찬수의 눈에 비쳤던 반짝임이 살짝 가라앉았다.
“많이 놀랐어?”
“객실에서 씻을게요.”
이 스위트룸에는 침실과 객실 모두 욕실이 딸려 있었다.
송가빈은 돌아서서 객실에 있는 욕실로 들어갔다.
조금 전 정찬수의 눈에 스친 짙은 아쉬움이 너무 뚜렷해서 송가빈은 외면하기조차 어려웠다.
정찬수는 그저 예전처럼 장난을 치고 싶었을 뿐 진심으로 무언가를 하려던 건 아니었다.
아마도 송가빈이 내뱉은 놀랐다는 말이 정찬수에게는 상처였을지도 모른다.
송가빈은 마음이 복잡했다.
송가빈은 고개를 들어 물줄기에 얼굴을 맡기며 뿌연 안개 같은 감정을 씻어내고 다시 이성을 되찾으려 했다.
“똑똑.”
욕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송가빈이 화들짝 놀랐다.
“누구세요?”
“귀신.”
송가빈은 살짝 안도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네 전화기가 울려.”
“누군데요?”
“모르는 번호야.”
정찬수가 물었다.
“대신 받아 줘?”
송가빈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이 시간에 딱히 찾을 사람은 없을 건 같네요. 받지 말고 그냥 끊어지게 놔둬요.”
“알겠어.”
욕실 유리문 위로 길고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넓은 어깨에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정찬수는 키가 박동진과 비슷했지만 체격은 더 크고 건장했다.
아마도 군대 생활 덕분인 것 같았다.
정찬수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자 송가빈은 조심스레 물었다.
“아직 더 할 말이 남았어요?”
“갈아입을 옷은 챙겼어?”
송가빈은 순간 멍해졌다.
아까는 그냥 서둘러 들어오느라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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