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9장 이제 그쪽을 좋아하지 않아요

“...”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이서아는 냉소를 터뜨렸다. “지금 너무 뜬금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10년 전 갑자기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 남겨두고 출국한 사람은 당신이에요.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 나와 함께 가고 싶다고 말하면 내가 고마워할 거로 생각해요?” “귀엽다고 키우고 몸집이 커지면 버려지는 애완동물도 아니고 내가 그렇게 쉬워요?” 임정우는 잔뜩 굳어버린 그녀의 얼굴을 보며 다정하게 다독였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다는 걸 알아. 얼마든지 계속 욕해도 좋아. 하지만 나한테 그만 선을 그었으면 좋겠어.” 자신을 경계하고 방어하는 이서아의 모습에 상처를 받았다는 듯 울상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서아는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난 이제 그쪽을 좋아하지 않아요.” 임정우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물었다. “그럼, 한수호가 좋아?” 이서아가 바로 대답했다. “네, 그 사람 좋아해요.” “대체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아? 널 3년 동안 도구로 사용하고 쉽게 마음이 변하는 데다 여자만 밝히는 그 사람이 좋아? 그 사람이 힘도 들이지 않고 네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널 평생 외롭게 늙어가게 만들어도 좋냐고!” “...” 임정우는 여전히 한 손으로 라이터를 돌리고 있었다. 충분히 모욕적인 말임에도 그의 말투는 평소와 다름없이 침착하고 조곤조곤해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이서아는 서러움에 북받쳐 말했다. “그러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말이네요? 그쪽이 정말 필요할 때 보이지 않더니 한수호 씨와 결혼한다고 하니 갑자기 나타나서 하는 소리를 내가 믿을 것 같아요? 그쪽을 따라가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요!” 왜 이서아의 주변에는 막무가내인 남자만 꼬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수호, 임정우도 마찬가지였다. 이서아는 입을 꾹 다물고 바로 차 문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잠겨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임정우는 이서아를 힐끗 바라보다가 앞자리의 사람에게 물었다. “지강철 씨, 김지영 씨 언제 도착하는지 물어봐 줘요.”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지강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