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8장 너를 좋아해서

한수호는 멈칫하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후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너 그렇게...”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폐 속에서 답답한 기운이 올라와 거칠게 기침했다. 한의학에서 분노는 간을 상하게 하고 슬픔은 폐를 상하게 한다고 한다. 한수호는 이서아 때문에 화가 나서 숨이 막힌 것이다. 노정민은 상황이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이렇게 놔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형, 기장이 형을 찾는데 가서 한 번 봐보는 게 어때?” 기침 때문에 창백해진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진 한수호는 까맣게 빛나는 눈동자로 이서아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는 한참 후에야 기침을 멈추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죽지 말고 잘 살아야 해. 네가 죽으면 네 엄마는 어떡해? 네 엄마가 너랑 같이 죽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네 언니랑 조카는? 매번 외출할 때마다 조카한테 선물을 챙겨줄 정도로 조카를 무척 좋아하지 않아? 만약 네가 없으면 우리는 너를 대신할 사람을 찾아야 할 수밖에 없어.” ‘정말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대꾸할 말이 없었던 이서아는 입꼬리를 살짝 당기며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 문을 힘껏 닫았다. 한수호는 입술을 꾹 다물고 더 이상 문을 열지 않았다. 이수아는 이제 한수호가 그녀의 죽음을 바란다고 생각하는데 둘 사이에 할 말이 뭐가 남았을까. 그는 아픈 갈비뼈를 손가락으로 눌러가며 노정민의 곁을 지나가면서 말했다. “서아한테 음식 좀 가져다줘.” ... 이서아가 한 말은 상대와 자신 모두에게 상처를 입히는 말이었다. 그녀는 소파에 주저앉아 한참을 쉬고 나서야 복부의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다. 두 다리를 끌어안고 앉은 이서아는 탈진할 것 같이 피곤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다시 걱정이 밀려왔다. ‘이렇게 싸웠는데 한수호가 날 병원에 데려가 엄마를 보게 해줄까?’ 바로 그때 문이 다시 열리자 이서아는 차가운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문 밖에는 노정민이 있었다. 이서아는 여전히 냉랭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