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9장 목숨을 원하다

다섯 시간 뒤 비행기는 용산에 착륙했고 하은영이 차량을 이끌고 공항으로 마중을 나왔다. 이서아는 곧장 차로 걸어가 조수석에 앉으려 했는데 그건 한수호와 나란히 앉을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차 문을 열어 막 타려고 했을 때 한수호가 그녀를 뒷좌석으로 끌어당겼다. 이서아는 몸부림쳤지만 소용이 없었기에 차에 타자마자 고개를 아예 돌려버렸다. 하은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스카이 별장으로 갈까요?” 한수호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래.” 이서아가 즉시 반박했다. “난 병원에 가서 우리 엄마를 봐야 해.” 한수호가 무심하게 말했다. “어머님은 지금 ICU에 있는데 네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데? 병원에서 네가 어머님 옆에 붙어 있는 걸 난 허락하지 않을 거야.” “엄마 옆에 있는 건 내 일이야. 네가 간섭할 자격 없어.” “그럼 내가 간섭할 수 있는지 없는지 어디 한 번 보자고.” 한수호는 단호하게 말했다. “스카이 별장으로 가.” 이서아는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으로 가!” 운전사는 자연스럽게 한수호의 말을 따라 내비게이션을 스카이 별장으로 설정했다. 이서아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럼 난 내려줘. 혼자라도 병원에 갈 테니까.” 운전사는 백미러로 한수호의 차분한 눈빛을 확인하고는 이서아의 말을 무시한 채 차를 멈추지 않고 속도를 유지했다. 이서아는 억울함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벌떡 일어나 앞 좌석에 있는 운전사의 핸들을 잡으려 했다. “차 세워!” 운전사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차가 도로에서 흔들렸다. 다행히 주변에 차가 없었기에 큰 사고는 나지 않았다. 그 순간 한수호가 이서아를 세게 잡아당기며 화를 냈다. “목숨 안 아까워?” 한수호의 손을 뿌리친 이서아의 손에 어디서 난 것인지 작은 도자기 파편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빠르고 정확하게 그 파편을 한수호의 목에 들이댔다. 하은영이 놀라 소리쳤다. “대표님! 사모님! 제발 그만 두세요!” 한수호는 파편을 내려다보며 어쩌다 둘이 이 지경까지 왔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