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4장 한 대표님이 직접 한 일

진영자는 그대로 들판에 쓰러졌다. 이서아 역시 휘청거리며 넘어졌고 작은 경사면을 따라 몇 미터를 굴렀다. 황량한 들판에서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이서아는 마치 그 화살이 자신의 심장을 꿰뚫고 가슴 속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구멍을 통해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몸속으로 파고들며 전신이 얼어붙었다. 눈앞에 퍼진 피비린내 속에서 이서아의 얼굴은 종이처럼 창백해졌다. 머릿속이 웅웅거리고 오직 이런 소리만이 가득했다. ‘엄마, 엄마, 엄마...’ 거대한 고통이 그녀의 온몸을 찢어놓았고 단 50㎝ 거리도 이서아에겐 목숨을 걸고 기어가야 할 만큼 멀게 느껴졌다. 간신히 이서아는 진영자의 옷소매를 붙잡았다. “엄마...” 그녀의 눈앞에는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어느 날 오후는 진영자와 나란히 앉아 실을 정리하며 도란도란 이야기했었다. 이서아가 출장을 떠나자 진영자는 병상에 있었지만 딸을 걱정해 손수 목도리와 장갑 떠주었다. 또 진영자가 직접 끓여준 흑임자 차와 이서아를 위해 남겨두신 벌꿀, 그리고 어느 밤 진영자와 나누었던 깊은 대화... 진영자는 이서아가 좋은 곳에 시집가기를 바랐지만 동시에 재벌가에 시집가면 딸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이렇게 말했었다. “만약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난 너를 지킬 힘이 없어.” 그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자 이서아는 갑자기 크게 울부짖으며 땅을 기어 진영자를 끌어안았다. “구급차! 빨리 구급차를 불러요! 구급...” 그 순간, 땅에 쓰러져 있던 진영자가 갑자기 움직였다. 그리고 갑작스레 고개를 들었다. ‘... 뭐지?’ 이서아는 전혀 반응할 수 없었다. 다음 순간, 진영자는 망토 아래에 숨겨져 있던 칼을 단단히 쥐고 이서아를 향해 그대로 찔러 들어왔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아직 거대한 슬픔에서 헤어나오지도 못한 이서아는 눈 앞에 펼쳐진 장면에 머리가 멍해졌다. 충격, 당황,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칼날이 점점 커지며 눈앞에서 다가왔고 칼이 그녀의 웨딩드레스를 찢고 리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