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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장 화재

오늘은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았다. 짙은 안개가 끼었고 점심 무렵이 다가오면서도 바다는 여전히 회색빛으로 덮여 있었다. 세 척의 크루즈선이 나란히 정박해 있었고 검은 안개 속에서 그 거대한 선박들은 마치 움직이는 요새처럼 조용하면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냈다. 임정우는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누군가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 계획은 기습이 되어야만 했다. 그는 크루즈의 갑판 위에 서서 먼 곳을 조용히 바라보더니 옆에 있던 부하에게 물었다. “지강철과 김지영은 어떻게 됐지?” 부하는 대답했다. “지강철과는 아직 연락이 안 되지만 김지영은 성공했습니다.” 이제 이서아가 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크루즈를 먼저 출발시켜.” 임정우는 지시했다. 사람이 도착하면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자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갔다. 임정우는 손에 늘 가지고 다니던 라이터를 돌리며 생각에 잠겼다. 맑은 바다와 그의 잘생긴 얼굴이 어우러져 한층 더 돋보였다. 그러다 크루즈 안에서 소란이 일어났는지 누군가가 놀란 목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이야! 불이 났습니다!” 임정우는 뒤를 돌아보았고 부하가 급히 달려와 보고했다. “대표님! 큰일입니다! 크루즈에 누군가 불을 질렀습니다!” 화재는 순식간에 번져갔고 순식간에 세 척의 크루즈가 불길에 휩싸였다. 마치 적벽대전의 ‘화공 전법’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처럼 바다 위의 크루즈들은 거대한 화산이 되어버렸다. 그때 가까운 해안가에 한 대의 승용차가 천천히 멈춰 섰다. 차 안에서 누군가 라이터를 켰다. 오지성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손을 차 밖으로 내밀어 재를 털었다. ... 바다 위의 불길은 황무지에까지는 미치지 않았다. 이서아는 눈앞에 있는 유지호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바람에 할퀴어진 듯 창백해 보였다. 유지호는 손가락을 튕겼고 곧 작은 전류 소리와 함께 차 안의 음향 시스템이 작동했다. 그가 한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차에 장착된 스피커는 야외 음악 페스티벌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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