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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한참 후 최태준이 곤히 잠든 틈을 타 유아람은 떨어진 종이 몇 장을 집어 들었다. 내용을 보고 나서야 겨우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제해 찢어버리지 않았다. ‘홍서윤! 넌 대체 왜 이렇게 끈질긴 거야!'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반드시 지금까지 살아온 걸 후회하게 해줄 테니까!' ... 유아람은 카드 안의 돈을 모조리 써버려 한 푼도 남기지 않았다. 앞에 쌓인 크고 작은 쇼핑백과 최상급 명품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명의로 아파트까지 몇 채 샀음에도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 이를 빠득 갈았다. 최태준은 홍서윤에게 정말로 후했다. 아무 카드나 준 것이 분명한데 한도는 월 20억 정도 되었고 심지어 비밀번호고 홍서윤의 생일이었다. 그녀는 사람을 시켜 물건을 집으로 보내고 홀로 최태준을 찾아갔다. 클럽 사건 이후로 최태준은 아주 바빠져 유아람과 만날 기회가 드물었고 결혼식 드레스조차 고를 시간이 없었다. 태영 그룹. “태준 씨, 며칠 전에 서윤이가 나한테 카드를 주면서 태준 씨한테 돌려달라고 했었어요. 아마도 급한 곳에 돈 쓸 일이 있었는지 안에 돈을 전부 빼갔더라고요.” 유아람은 일부러 거짓말을 하면서 홍서윤이 그가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여자가 아니고 허영심이 많은 여자와 다를 바 없다고 믿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최태준은 펜을 잡은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유아람 손에 있는 카드를 빤히 보았다. 누군가 심장을 잡아당겨 억지로 빼내려는 듯 아팠고 답답해졌다. “가져가. 홍서윤 물건은 앞으로 내 눈에 보이지 않게 해.” 그가 보고 싶은 건 홍서윤, 살아있는 본인이었다. 설령 홍서윤이 카드 안의 돈을 다 써버렸다고 해도 돌아오기만 한다면 용서할 생각이었다. 그는 미간을 꾹꾹 누르며 느껴지는 답답함을 애써 가라앉혔다. “홍서윤이 뭐라고 했는데?” 유아람은 최태준이 자신의 말을 믿었다고 생각하며 입술을 핥더니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서윤이가 태준 씨가 준 돈이 너무 적어서 생활비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었어요. 그리고 그 몇 년 동안에도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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