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병원 밖으로 나오자 홍서윤은 너무 추웠다. 비가 점점 굵어졌지만 그녀는 우산도 없었고 세찬 바람이 스치자 저절로 몸이 움찔하며 한기가 느껴졌다.
홍서윤은 근처 편의점에서 급히 우산을 사서 들고 돌아왔다.
밤이 되자 비는 더 거세졌다.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온 순간, 창밖에서 번쩍하고 번개가 치자 그녀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에른국에서 지내던 2년 동안, 비가 오는 밤이면 홍서윤은 늘 수면제를 삼켜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겐 약조차 없었다.
홍서윤은 창문을 닫아 빗소리를 줄이려 했다.
쾅.
커튼을 반쯤 친 순간, 갑작스러운 천둥소리가 억지로 버티던 그녀의 의지를 산산이 부쉈다. 얼굴이 창백해진 홍서윤은 손이 떨리며 조건반사처럼 두 귀를 막고 베란다 문에 등을 붙인 채 미끄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사고는 아직도 그녀의 삶을 짓누르고 있었다. 홍서윤은 그녀의 모든 행복을 앗아간 그 끔찍한 교통사고를 잊을 수가 없었다.
따스했던 부모님의 품이 하룻밤 사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눈을 뜨면 눅눅한 바닥이 보였고 그녀가 아끼던 인형 대신 설치는 쥐와 바퀴벌레가 그녀의 곁을 차지했다.
몸이 왜소한 홍서윤은 늘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고 매번 음식을 빼앗겼다. 보호자라는 이모는 못 본 척 외면했고 그 몇 달을 어떻게 버텼는지 그녀조차 기억이 가물거렸다.
이후 최씨 가문에 들어가면 다 나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홍서윤은 정작 자신을 가장 아껴준다는 사람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입게 될 줄은 몰랐다.
눈물 한 방울이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리더니 곧이어 주체 못 할 만큼 터져 나왔다.
소파 위에 던져둔 휴대폰은 계속 울리고 있었지만 홍서윤은 그 소리를 듣지도 못하고 몸이 굳은 채로 바닥에 웅크려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는 거칠어졌고 이제 무감각해진 그녀는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온몸에 힘이 빠져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초인종도 한참 동안 울렸지만 빗소리에 묻혔고 어쩌면 그녀가 들었더라도 움직일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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