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홍서윤은 무심코 벽시계를 올려다봤다. 자정을 막 넘긴 시각이었다.
그녀는 피곤한 기색으로 문을 가리키며 최태준이 나가길 바랐는데 문득 무언가 이상한 점을 깨닫고 굳어졌다.
“잠깐만... 최태준 씨는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설마 열쇠가 있어요?”
최태준은 확실히 홍서윤의 집 열쇠를 가지고 있었다. 조금 전에 그는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가 받지 않자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싶어 곧장 달려왔던 것이다.
초인종을 눌러도 반응이 없으니 걱정이 더 커졌고 결국 집주인을 찾아가 돈을 주고 열쇠를 받아왔다.
이 얘기를 들은 홍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처음 계약할 때 집주인의 성격을 유심히 살폈는데 쉽게 돈에 눈이 멀 사람은 아니었다. 아마도 집주인의 아들이 열쇠를 건네준 게 분명했다.
홍서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최태준의 시선이 그녀를 깊게 파고들었다. 그는 방금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본 장면을 잊을 수가 없었다.
작은 몸을 바짝 웅크리고 베란다 문 앞 구석에 기대앉아 있던 홍서윤, 창밖에서는 폭풍우가 거칠게 휘몰아치고 있었고 그녀는 금방이라도 어둠에 삼켜져 버릴 듯 연약해 보였다.
그런 홍서윤을 본 순간, 최태준의 가슴 속 가장 연약한 부분이 흔들리며 무너져 내렸다. 그는 당장 그녀를 끌어안고 괜찮다고,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최태준은 여전히 그녀가 예전처럼 자신을 의지하고 자신에게 매달려 무섭다고 속삭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그녀는 손을 내민 자신을 밀어내며 거부했다.
그 씁쓸함이 최태준의 마음속에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순간 그는 홍서윤의 손목을 붙잡아 확 끌어당겼고 깊고 매서운 눈빛이 그녀의 얼굴을 훑으며 뭔가를 찾아 헤맸다.
“뭐 하는 거예요!”
홍서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그의 돌발 행동에 놀라 몸을 틀었다. 숨결이 가까워지고 뜨겁고 강렬한 기운이 훅 끼쳐오자 그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틀며 그의 빈틈을 노려 무릎을 올렸다.
그러나 최태준은 잽싸게 반응해 그녀의 무릎을 막아내고 그대로 뒤로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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