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화
구구절절 고성은의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이라 옆에 있던 임준기마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대표님 진짜 왜 이러시는 거지? 사모님 속상해하실 거 뻔히 알면서...’
“방금 뭐라고 했어? 배아?”
고성은은 박재현이 내뱉은 단어를 곱씹으며 헛웃음을 흘렸다.
품지 말아야 했던 기대를 품은 대가로 고성은은 또다시 절망했고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자신을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자신을 탓하는 박재현의 태도에 고성은의 가슴은 난도질당한 듯 아파 났다.
서서히 무너지는 그녀를 보는 박재현 역시 가슴 아프긴 매한가지였지만 지금으로서는 서혜란을 지키는 게 최선이었다.
서혜란한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박재현은 말을 아껴야만 했다.
‘울지 마 은아야. 제발... 그만 울어.’
속으로만 고성은을 달래주던 박재현이 자기도 모르게 속절없이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손을 올렸는데 고성은이 그 손을 콱 물어버렸다.
고성은은 온 힘을 다해 박재현의 손을 깨물며 증오 어린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손가락이 끊어질 듯 아팠지만 아무것도 못 하고 울기만 하는 고성은을 보는 게 더 아팠기에 박재현은 신음을 삼켜내며 그녀가 울분을 토할 수 있게 기다려주었다.
빨간 피가 박재현의 손목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고성은의 눈에는 여전히 증오와 독기만이 가득했다.
“재현 오빠!”
박재현이 가만히 있으니 조급해진 건 강세린이었다.
“고성은 미쳤어요. 얼른 손부터 빼내요. 피 나잖아요!”
그제야 박재현의 손을 놓아준 고성은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서늘한 얼굴로 박재현을 마주했다.
“박재현.”
“난 너 절대 용서 못 해.”
“평생 용서 안 할 거야.”
말을 마친 고성은이 힘이 풀려 쓰러지자 육정호가 다급히 그녀를 받아안았다.
“성은아!”
품에 안긴 고성은의 창백한 얼굴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육정호는 그녀를 안아 들고 발걸음을 옮기다가 다시 박재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박재현 씨, 난 원하는 건 반드시 갖는 사람입니다. 상대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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