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3일간의 정상회담이 끝났다.
기태풍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산업 발표는 통째로 취소되었지만 과거 쌓아온 인맥과 적극적인 영업 노력 덕분에 소수의 투자를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기태풍의 표정엔 안도의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정상회의에서 그의 이복동생 기재헌이 발표한 지속 가능 건축 소재에 대한 혁신 연구가 심초연의 공개적인 호평을 받으며, 기씨 가문 내에서의 입지를 단숨에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의의 주최자 중 하나인 기은 그룹은 서원 그룹에서 떠나기 전날 겨우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것도 겨우 두 시간 정도만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서울의 랜드마크 호텔 최상층 프라이빗 룸에는 이미 저녁 식사 메인 요리가 올랐다.
기승주는 조심스레 향후 협력 가능성 있는 분야를 언급했고 서해문은 특별한 반응 없이 담담히 듣고 있었다.
기태풍은 심초연의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몇 번 말을 꺼내려 했지만 그때마다 진유빈의 가벼운 농담에 가로막혔다.
한편 진우현은 조용히 새우 껍질을 까서 심초연을 챙겨주고 있었다.
상업 전쟁에서 잔뼈가 굵은 기태풍은 진씨 남매가 자신을 적대시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느꼈다.
특히 진우현은 기재헌과 마찬가지로 심초연에게 마음이 있는 게 분명했다.
이때 기재헌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
“초연 씨, 정상회의에서 말씀하신 내용에 깊이 감명받았어요. 저도 환경보호 건축 기술 응용에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는데 혹시 연락처 교환 가능할까요? 나중에 자세히 보고드리고 싶어서요.”
심초연은 흔쾌히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물론이죠.”
쾅!
기태풍은 자리에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움직임이 거칠었던 탓에 와인 잔을 쓰러뜨렸다.
붉은 액체가 식탁보 위에 퍼지자 종업원들이 허둥지둥 달려와 정리했다.
기태풍은 그 자리 사람들의 뜨거운 눈총을 받으며 심초연 앞으로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숨 막힌 정적 속에서 기태풍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깊은 남색 벨벳 케이스를 꺼냈다.
케이스가 열리자 8캐럿 이상은 되는 다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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