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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심초연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병원이었으며 허리에는 두툼한 붕대가 감겨 있었다. 병실 안은 떠들썩했는데 진유빈이 분노한 얼굴로 기태풍과 언성을 높이며 다투고 있었다. 송미주는 병상 옆에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며 목소리는 억눌리고도 비굴했다. “초연 씨, 전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급성기에는 마사지하면 하반신 마비가 올 수 있다는 걸 몰랐어요...” “마비?!” 심초연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초연아, 깼어!” 두 사람은 동시에 말다툼을 멈추고 심초연 곁으로 다가왔다. “초연아, 걱정 마. 수술은 진우현이 집도했는데 아주 성공적이야. 잘 쉬면 후유증도 없을 거야.” 진우현은 진유빈의 오빠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외과 전문의였다. “미연국에 있는 거 아니었어?” 진유빈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네가 이혼하려고 한다는 얘기 듣고...” “초연아!” 기태풍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이미 수술도 잘 끝났으니까 조금 있다가 경찰이 와도 미주 책임은 묻지 말아 줘. 응?” “경찰?” “그래, 내가 신고했어.” 진유빈은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다 들었어. 이 여자가 네가 자는 동안 허리를 주물러서 하마터면 마비될 뻔한 거잖아. 이게 고의 상해가 아니면 뭐야? 그리고 이 여자가 왜 네 집에 있어?” 송미주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로 말했다. “저, 저는 수천이의 영양사예요. 추나나 마사지를 조금 할 줄 알아서 한 것뿐인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심초연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며 말했다. “경찰 판단에 맡기죠.” “심초연!” 기태풍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미주가 이미 사과했잖아. 정말로 경찰서까지 보내야겠어?” “태풍 씨, 그만해요. 전부 제 잘못이에요. 저 때문에 초연 씨랑 싸우지 마세요.” 송미주는 휘청거리며 서 있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하, 여우가 따로 없네.” 진유빈이 비꼬고 있는데 경찰이 들어왔다. “송미주 씨가 누구시죠? 저희와 함께 가 주셔야겠습니다.” 기태풍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송미주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제가 같이 갈게요.” 그러고는 돌아서서 심초연을 노려봤다. “너한테 정말 실망이야.” 문밖에 숨어 있던 기수천은 송미주가 경찰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자 울부짖으며 병실로 뛰어들었다. 기수찬은 수술을 막 마친 심초연의 허리를 향해 주먹을 내리꽂았다. 이미 아픈 허리에 송곳처럼 찌르는 통증이 퍼져 마치 허리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심초연은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면서 굵은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왜 경찰 아저씨한테 미주 이모를 데려가게 했어! 나쁜 엄마! 엄마는 악마야!” 기수천이 다시 주먹을 들자 진유빈은 아이의 옷깃을 낚아채 쓰레기 버리듯 병실 밖으로 던져 버렸다. “야, 꼬맹이. 너도 네 이모랑 같이 감옥이나 가!” 진유빈이 돌아서서 보니 심초연은 눈을 꼭 감은 채 얼굴에 눈물과 땀이 흥건했다. “어디 불편해? 진우현을 부를까?” “아니야...” 심초연의 얼굴은 핏기가 없었으며 마음이 더 아픈 건지 허리가 더 아픈 건지 구분조차 되지 않았다. 진유빈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엄마가 갑자기 내일 바로 돌아오라고 하셔서 네가 회복될 때까지 같이 못 있어 줘.” “괜찮아.” 심초연은 고개를 저었다. “이만큼 도와준 것만 해도 고마워. 그리고 난 이혼 서류에 서명받고 나서 가야 해.” 진유빈의 표정이 순간 바뀌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두툼한 서류철을 심초연 앞에 내밀었다. “사람 써서 좀 뒤져 봤는데 이게 기태풍의 전부 자료야. 이걸 꼭 봐야 해.” 앞부분 서류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기태풍의 아버지는 실질 자산이 4조가 넘는 이 지역의 최고 부자였다. 식품, 부동산, 농산물 가공, 신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쳐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진유빈은 심초연의 반응을 슬쩍 보며 말했다. “보기엔 대단해 보여도 우리에 비하면 한참 아래야.” 부동산 계열사 중 몇 곳은 건축가인 심초연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름들이었다. 그중 하나인 승하 부동산은 그들이 3년간 아프리카 건설 지원을 맡았던 발주처였다. 그리고 그 실질적 지배자는 예상대로 기태풍이었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심초연은 이 터무니없는 현실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페이지를 한 장 넘길 때마다 심초연은 얼굴에 혈색이 점점 사라졌다. 마지막 장은 매우 단순했는데 기태풍의 개인 정보였다. 심초연의 얼굴에는 핏기라고는 남아 있지 않았으며 손이 멈추지 않고 떨렸다. 기태풍, 미혼. 알고 보니 지난 6년의 결혼조차 거짓이었다. “초연아!” 진유빈은 쓰러지려는 심초연을 붙잡으며 호출 버튼을 눌렀다. “간호사!” 심초연은 눈을 꼭 감은 채 입술을 겨우 움직였다. “티켓 끊어... 지금 당장 떠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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