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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주석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의식이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는데도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은 소지원이었다. “수술은 잘 끝났어? 상태는 괜찮아? 깨어났어?” 그가 급하게 묻자, 밤새 한숨도 못 잔 한서영은 조금 쉬어 있는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 말로는 큰 문제 없대. 몇 달만 조심해서 회복하면 된다고 했어.”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주석현의 어깨가 천천히 내려갔다. 안도감이 먼저 흘렀다. 하지만 곧 그의 표정에 또 초조함이 번졌다. 이불을 젖히고 바로 내려가겠다고 몸을 일으켰다. 한서영이 말려도 소용없었고 결국 수액을 갈러 들어온 간호사가 그를 붙잡으며 겨우 멈추게 했다. 흔들리는 수액 팩을 멍하니 바라보면서도, 그의 마음은 온통 소지원에게 가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탁자 위의 과일바구니를 바라봤다. 그리고 스스로 납득 가능한 이유를 꺼냈다. “서영아. 어제 내가 지원이 부모님께 연락했어. 밤 비행기 타고 바로 돌아오셨을 거야. 지금쯤 병원에 도착하셨을 텐데... 이거 들고 가서 인사 좀 하고, 상태도 같이 보고 와줘.” 한서영은 그를 오래 바라봤다. 입술 끝까지 올라왔던 말들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작게 대답했다. “응.” 그녀는 과일바구니를 들어 병실을 나섰다. 소지원의 병실은 바로 위층에 있었다. 한서영은 노크를 하려다가, 문이 반쯤 열려 있는 걸 보고 손이 멈췄다. 그 틈 사이로 보인 장면은 너무 선명했다. 소지원은 어떤 남자의 품에 기대 앉아 있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친밀함이 자연스레 배어 있었다. “민석 오빠, 원래 부모님 같이 온다 하지 않았어? 왜 혼자 왔어?” “데려오고 싶었지. 근데 넌 아직 회복 중이잖아. 퇴원하고 몸 좀 나아지면 그때 가자. 그럼 되지?” 그 짧은 대화만으로도 모든 건 정리됐다. 소지원은 이미 다른 사람과 연애 중이었고 곧 부모님께 인사까지 할 예정이었다. 마침 회진을 돌던 의사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소지원은 한서영을 보는 순간 표정이 굳었다. “왜 왔어?” 한서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과일바구니를 조용히 바닥에 내려놓고 그대로 내려갔다. 하지만 소지원은 회복되지 않은 몸을 억지로 이끌고 계단참까지 따라 내려왔다. 팔목을 붙잡았다. “지금 내려가서 석현이한테 말할 거야?” 한서영은 고개를 돌렸다. 그 짧은 순간, 소지원의 표정 속 숨겨진 불안이 보였다. “이미 남자친구가 있으면서 왜 주석현을 붙들고 있어.” 소지원은 표정을 정리하고 조용히 웃었다. 입꼬리만 웃고,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 “난 그냥 두 사람 다 내 손안에서 갖고 놀고 싶어. 둘 다 나한테 잘해주길 바라면서, 그걸 즐기고 싶을 뿐이야. 그게 아직도 안 보여?” “그 사람 마음을 왜 그렇게 함부로 해.” 소지원은 가벼운 숨과 함께 비웃음을 흘렸다. 그 비웃음에는 죄책감이 없었다. “나는 할 수 있으니까. 주석현 같은 사람도 결국 나한테 휘둘렸잖아. 예외 없어. 왜, 질투나? 솔직히 인정해봐. 기분 좋으면... 방법 좀 알려줄 수도 있는데?” 한서영은 한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침묵이 소지원에게 우위를 허락한 모양이 되었다. 소지원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가 한서영의 왼손으로 향했다. 결혼반지에서 멈췄다. “그 반지, 원래 네 거 아니잖아. 나 그때 해외 간 거 아니었어. 전날 술 마시고 선배들이랑 놀다가 못 일어났던 거였어. 결혼하기 싫어서 안 간 거였고. 석현이 그걸로 화가 나서 너한테 넘어간 거야. 그 일이 없었으면 너는 평생 주씨 가문 사모님 소리도 못 들었을걸.” 그 말은 오래 눌러온 감정을 정확하게 찔러냈다. 한서영의 손이 올라갔다. 그리고 정확하게 내리쳤다. 그녀가 세게 때린 것도 아니었지만, 소지원은 마치 큰 충격이라도 받은 듯 그대로 계단을 굴러 떨어졌다. 한서영은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막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주석현에게 밀쳐졌다. 그는 거의 뛰다시피 계단 아래로 내려가, 온몸이 멍든 소지원을 안아 올렸다. 한서영을 향한 시선에는 억누른 분노가 서려 있었다. “지원이가 너한테 뭐 했다고, 이렇게까지 해?” 소지원은 그의 품에서 붉게 남은 손자국을 천천히 드러냈다. 눈물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흘렀다. “그만해, 석현아... 아마 내가 전 여친이라서 서영이 마음이 좀 그랬나 봐. 나는 괜찮아, 가자.” 그 한 줄로, 한서영이 하려던 모든 말은 목구멍에서 막혔다. 그의 얼굴빛이 서서히 어두워지는 걸 보며 한서영은 이 순간 어떤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침묵은 주석현의 눈에 부정이 아닌 인정으로 비쳤다. 그는 실망한 듯 시선을 거두고 소지원을 품에 안은 채 돌아섰다. 그리고 끝내, 한서영을 다시는 한 번도 바라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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