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하예원은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최도경이 하예원의 손목을 꽉 잡고 있었고 날카롭고 차가운 시선으로 하예원의 손 부위를 훑고 있었다.
남자의 옆모습은 조각상처럼 선이 뚜렷했고 말도 안 되게 잘생겼다.
그 진중하고도 강렬한 눈빛을 마주한 순간, 하예원은 숨이 멎는 것만 같았고 심장이 이상하게 몇 박자 건너뛸 정도로 쿵쾅거렸다.
이건 낯설면서도 묘하게 익숙한 감정이었다.
하예원은 잠시 멍하니 최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때, 요란한 소리에 놀란 임 아주머니가 다급히 달려왔다.
“사모님, 무슨 일이에요?”
최도경은 하예원의 손에 별다른 부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그제야 긴장한 표정을 풀었다.
그러고는 임 아주머니를 향해 말했다.
“하예원 손이 아직 낫지 않았어요. 앞으로 이런 일은 시키지 마세요.”
임 아주머니는 깜짝 놀라 하예원을 쳐다보다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하예원이 기억을 잃은 뒤로 최도경이 하예원을 대하는 태도가 분명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이대로만 가면 두 사람이 다시 화해하고 알콩달콩 잘 살날도 머지않았다.
조금 후, 임 아주머니가 아침 식사를 식탁에 차려놓고는 조용히 주방으로 들어가 설거지했다.
하예원과 최도경은 마주 앉아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
두 사람이 함께 아침을 먹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하예원은 몇 번이고 말을 꺼내려 했지만 최도경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는 다시 조용히 말을 씹어 삼켰다.
최도경은 그런 하예원의 머뭇거림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식사를 마친 뒤 재킷을 챙겨 입고는 곧장 회사로 출근했다.
하예원은 거실 소파에 앉아 최도경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최도경이 하예원 옆을 지나칠 때 잠깐 발걸음이 멈칫한 듯했지만, 최도경은 끝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무심한 표정을 지은 채 스산한 바람과 함께 지나갔다.
최도경이 집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예원은 유시준의 전화를 받았다.
“예원아, 괜찮아? 심준하한테 들었어. 심가영이 키우던 개한테 물렸다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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