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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요즘 생각해 보면 내가 우리 혼인 생활을 계속하자고 말했을 땐 네가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았어.” 하예원은 그 말에 바로 반박했다. “그건... 네가 나더러 윤희설 일을 그만 따지라고 했기 때문이잖아.” “그게 뭐가 다른데?” “주동적으로 잘 지내보자고 제안하는 거랑 남 때문에 마지못해 계속하는 게 어떻게 같을 수 있어? 오늘은 누굴 위해서 나랑 계속 살겠다고 해놓고 내일은 또 누굴 위해서 나랑 이혼하겠다고 할 수도 있잖아. 내가 좀 망설이는 게 그렇게 이상해?” “난 애초에 윤희설이랑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잖아.” 하예원은 입을 삐죽였다.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과 윤희설 때문에 나랑 타협한 사실은 전혀 다른 일이잖아.” 최도경은 하예원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난 내 결정이 전부 윤희설 때문이 아니라고 분명 말한 적이 있어.” 바로 그게 문제였다. 하예원은 최도경의 이 말 때문에 이 남자가 너무 차갑고 무정하다고 느꼈고 자연스럽게 더더욱 흔들리고 있는 거였다. 최도경이 좋아하는 여자를 대하는 태도조차 이렇다면 언젠가 하예원이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판단하는 순간, 미련 없이 버릴 가능성도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그런 걸 고민하는 건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이혼은 하예원에게 득보단 실이 훨씬 컸다. 일단 하예원이 최도경과 이혼하면 지금까지 하예원을 질투하던 사람들이 다들 몰려와서 사정없이 짓밟을 게 뻔했다. 요 며칠 사이에 겪은 일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명의상 최도경 부인이어도 이 정도였는데 이혼하면 더 비참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최도경은 예전에 두 사람 사이에 혼전 계약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3년을 결혼 생활했지만 결국 얻는 건 아무것도 없고 이혼녀 타이틀만 얻는 거라면 그야말로 본전도 못 건지는 장사였다. 하예원은 자기가 기억을 잃기 전 최도경과 어떤 식으로 지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분위기로 봐서는 이 남자도 그렇게까지 매정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적어도 하예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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