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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병상에 누워 있던 구도운은 고개를 돌려 계속해서 서은수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떨어져 있던 시간은 불과 보름이었지만 그는 너무나도 오래, 마치 한 세기가 흐른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가장 다행인 것은 그들 모두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서은수는 그의 붉어진 눈과 마주했지만 표정에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감동도 없고, 혐오감이나 증오도 없었다. 마치 아무런 감정도 없는 듯했다. 아니면 모든 감정을 눈 속에 깊이 묻어뒀을지도... 그녀는 상처 부위를 확인하고 그에게 항생제를 주사한 후 아주 공적인 태도로 주의사항을 전달하고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은수야...” 구도운의 잠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지만 그녀는 조금도 멈추지 않고 묵묵히 걸어갔다. 분명 셋이 같은 병원에 있지만 구도운과 구도영은 좀처럼 서은수와 말을 섞을 기회를 찾지 못했다. 수술을 받았던 첫날과 약을 발라줬던 날을 제외하고 구도영이 다시 그녀를 찾았을 때는 이미 간호사에게 주의사항을 교대하고 떠난 뒤였다. 서은수는 바쁜 시간을 제외하고 딱 한 사람에게만 신경을 써줬다. 그 사람은 바로 박찬희였다. 그녀는 매일 박찬희의 상처가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 확인했고 그에게 미소 짓는 얼굴을 보여줬다. 구도운과 구도영은 질투심에 휩싸였지만 본인들이 어떤 말도 할 자격이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일주일 후, 박찬희가 퇴원했다. 구도운도 침대에서 내려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의료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들 두 사람은 이제 떠나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의료 자원을 대가로 이곳에 머물 수 있었다. 그날 밤, 서은수는 모든 일을 마치고 병원 앞 공터에서 달빛을 감상했다. 이 시간은 그녀의 하루 중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다. 서은수는 무심코 가슴팍의 목걸이를 만지려 했지만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할머니를 떠올리자 차분함을 유지하려 했던 마음이 싹 다 가라앉았다. 그녀는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할머니는 학식도 높지 않았고 생활도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주었다. 초등학교 시절 주변 친구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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