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임신했어?
사실이 증명해주다시피 문지원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소용없었다. 이 일은 많이 먹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여진우가 그녀를 욕실로 데려갈 때 문지원은 물에서 갓 건져 올린 사람처럼 젖어 있었다.
체격 차이가 워낙 커서 두 사람의 뒷모습만 보면 여진우가 작은 고양이나 강아지를 들고 가는 것처럼 보였다.
문지원은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그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여진우가 자기를 보든 말든 신경도 안 썼다.
“쯧, 네가 힘쓴 것도 없는데 왜 매번 이렇게 힘들어해?”
그는 문지원을 씻겨주고 나서야 옆으로 가서 샤워기로 몸을 씻으며 투덜거렸다.
여진우는 받은 만큼 갚아주는 성격이라 문지원이 뭐라 하면 가만있지 못하고 바로 받아쳤다.
문지원은 대꾸할 힘도 없었다. 지금은 눈꺼풀조차 움직이기 싫었다.
그러다 여진우는 그녀의 아랫배에 시선을 고정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임신했어?”
“당연히 안...”
문지원은 완전 반사적으로 대답했다가 너무 빨리 말을 삼키는 바람에 혀를 깨물 뻔했다.
“피임약 먹었지.”
이건 물어보는 게 아니라 거의 확신하는 말투였다.
욕실에는 순간 침묵이 감돌았다.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직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문지원은 그가 화를 내서 자신을 괴롭힐까 봐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한참을 생각한 끝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저씨 제 가정환경 아시잖아요. 저는 안정감도 없고 엄마가 될 준비도 안 됐어요...”
그녀는 여진우라는 존재를 떠나서도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그가 끼어들지 않고 심무영과 순조롭게 결혼했더라도 그렇게 빨리 아이를 가질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이목을 집중시켜 이진석을 체포하게 만들고 딸이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문지원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과연 목숨을 걸고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 나 자신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데.’
만약 여진우의 아이를 갖게 된다면 아들이든 딸이든 그 곁에 남아야 하고 다시 시작할 기회는 영원히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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