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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배유현은 어둑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가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가 시댁 집 문을 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차라리 완전히 취해 쓰러지는 편이, 이렇게 반쯤 취한 채로 버티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다. 조금 전 걸려 온 그녀 남편의 전화 한 통은 마치 찬물을 끼얹은 듯 그의 정신을 단단히 붙잡아 두었고, 그 덕분에 잠시나마 이성을 되찾은 듯했다. 배유현은 문 앞에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를 입술에 가져다 대는 순간, 상처 난 자리를 스친 바람에 그는 본능적으로 숨을 들이켰다. 방금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너무도 뻔히 알고 있었다. 그녀와 입을 맞추긴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는 그저 자신도 모르게 이끌리듯, 그녀에게 초콜릿 한 통을 건네주러 온 것뿐이었다. 잘못은 어쩌면 허리가 너무 부드럽고 마음이 너무 착한 그녀 탓이었다. 만약 문 앞에서 넘어지려는 그를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남녀의 체력 차이는 분명했다. 동그랗게 뜨고 있는 그녀의 두 눈이 붉어진 것을 보고, 사실 배유현은 놓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는 무엇보다 그녀가 자신을 미워하길 원치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손끝이 닿는 순간, 배유현은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이성 따위는 설 자리가 없었다. 도덕이니 체면이니, 이미 입을 맞춘 이상 아무 소용도 없었다. 배유현의 시선은 문 앞 신발장 위 맨 위 칸에 가지런히 놓인 남자 슬리퍼에 머물렀다. 그 슬리퍼는 눈에 가시처럼 박혀 그를 괴롭혔다. 담배를 반쯤 피운 그는 재를 털어냈다. 그러자 불씨가 튀어 슬리퍼 위에 스쳤고 곧 은근한 탄내가 공기 속에 번졌다. “아저씨.” 그때 뒤에서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막 잠에서 깬 듯, 말랑하고 나른한 어조였다. 배유현은 등줄기가 순간 굳어지더니 감추고 싶던 부끄러운 장면을 천사 같은 아이에게 들킨 기분이었다. 그가 몸이 굳은 채 고개를 돌리자, 불이 꺼진 어두운 복도 끝에 환하게 빛나는 거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안에는 분홍 토끼 인형을 꼭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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