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화
“증조할머니댁은 어디야?”
그는 아이의 표정만 보고도 이렇게 어린아이가 세세하게 기억할 리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모님의 전화번호와 집 주소만 기억해도 충분한 나이였다.
순간, 그의 마음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마치 마른 나무 싹이 갑자기 물을 흡수하듯 힘차게 땅을 뚫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배유현은 쪼그려 앉아 눈앞의 귀여운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저씨 전화번호는 기억나?”
윤아린은 고개를 저었다.
배유현은 천천히 숫자를 하나하나 읊어주고 입술을 살짝 적시며 물었다.
“외울 수 있겠어?”
지금 그의 뇌는 놀랄 만큼 또렷하게 깨어 있었다.
심지어 그 선명함이 오히려 섬뜩할 정도였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아저씨한테 전화해도 돼.”
앞으로 아이의 부모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이 생기면 자신이 도와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네, 기억했어요.”
윤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청량한 목소리로 외운 번호를 다시 반복해 말했다.
배유현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금요일 학원 끝나면 아저씨한테 전화해. 아저씨가 생일 챙겨 줄게.”
한편, 윤채원은 진정숙의 집에 있었고 배유현과 윤아린이 나눈 이 약속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진정숙은 드라마를 보다가 아마 실수로 휴대전화를 건드리면서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던 모양이었다.
윤채원은 상위에 놓여 있는 술안주들과 이미 열려 있는 맥주병, 반쯤 남은 케이크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진정숙은 순간 마음에 찔린 듯 윤채원을 집으로 돌아가게 하려고 현관 밖으로 조심스레 밀어냈다.
“아주머니, 혈당과 혈압 둘 다 높으신데 평소에 식단 조절은 잘하셔야죠.”
진정숙은 병원에 입원했을 때만 식단을 관리했을 뿐, 집에 돌아오니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먹은 모양이었다.
윤채원은 한 손으로 진정숙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문을 받치며 몸을 돌려 말했다.
“지난번 입원했을 때 혈당과 혈압 둘 다 높으셨어요. 겨우 조절되었는데 또 이렇게 마음대로 드시면 어떡해요? 금방 아드님도 아주머니 혼자 집에서 갑자기 쓰러지면 아무도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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