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화
배유현은 길고 섬세한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더니 윤아린의 진료 기록을 보게 되었다.
그는 노트북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한철의 책상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저씨, 이것 좀 보세요.”
문한철은 화면을 보는 척하며 곁눈으로 배유현의 얼굴을 슬쩍 훑었다.
배유현은 눈썹을 문지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문 교수님.”
문한철은 안경을 밀어 올리더니 일부러 진지하게 말했다.
“어머, 상처가 꽤 깊네. 가까이에서 보니까 부주의로 부딪친 것 같기도 하고... 고양이한테 긁힌 거야? 아니면 모기 물린 거야?”
옆에 있던 비서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맞아요, 맞아요. 부주의로 넘어지신 것 같아요.”
배유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평소 웃는 일이 거의 없었고, 특히 일할 때 이 정도로 마음 편해 보이는 표정은 드물었다.
웃을 때 그의 얼굴 윤곽은 평소보다 훨씬 또렷하고 매력적으로 빛났다.
배유현은 사무실 안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 것을 느끼며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에게 물린 거예요.”
순간 사무실 안은 조용해지더니 곧 여기저기서 억눌린 듯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장난 섞인 웃음과 속삭임이 이어졌고 배유현은 드물게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붉은 기가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문한철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평소 말수가 적고, 차갑고 냉정해 보이던 그는 오늘따라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갑자기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며 사무실 동료들의 농담에도 귀찮다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배유현은 병원 안에서 누구에게나 일정한 거리를 두는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타고난 고귀함과 묘한 거만함이 있었기에 병원 사람들은 함부로 장난치지 못하고 뒤에서 소곤거리는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부끄러울 정도로 농담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불쾌하지 않았다.
심우빈이 용기를 내어 배유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배 선생님, 이 정도면 과에서 밥 한 번 사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배유현은 어깨에 닿은 손길이 다소 불편했지만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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