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화
배유현은 오늘도 혼자였다.
명성진이 자리를 비운 건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는 조용히 바 안쪽 구석, 카페식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아는 이 하나 없는 이곳이 지금의 그에겐 더없이 편했다.
담배를 입에 문 채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마치 누군가 망치로 두개골 안쪽을 두드리는 듯한 통증이 계속해서 머리를 짓눌렀다.
술을 잇달아 들이켜던 그는 서서히 술기운이 머리를 타고 오르기 시작할 즈음 비로소 생각에 잠겼다.
만약 오늘 밤, 침대 머리맡 서랍에서 피임 용품을 찾지 못했더라면, 그리고 그녀의 배에 깊게 새겨진 제왕절개 자국을 보지 못했더라면 욕망이 가장 뜨겁게 타오르던 그 순간, 그 모든 게 그렇게 갑작스럽게 멈추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 부부가 쓰던 침대 위에서 그가 하려 했던 일은 그저 충동이었고 명백히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밟으려던 짓이었다.
그는 분명 그녀를 품에 안고 있었지만 정작 머릿속에 떠오른 건 그녀가 진도준의 품에서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는 모습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배 위에 선명히 남은 상처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만큼 아렸다.
멈추고 싶지 않았지만 더는 이어갈 수 없었다.
그 밤의 불쾌함은 마치 살 속에 깊이 박힌 가시처럼 남았고 결국 그것은 윤채원이라는 존재 전체로 바뀌어버렸다.
그날 밤, 바에서 혼자 밤을 지새운 배유현은 이튿날 오후가 되어서야 집을 찾았다.
때마침 송명초등학교 앞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무렵, 강지훈은 감기 몸살로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
박영란은 연신 부처님께서 도우셨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며칠째 절에 나가 향을 올리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뉴스 들으셨죠? 그 사람, 정신병자래요. 이러면 처벌도 못 받는 거 아니에요? 말도 안 돼요. 학교 앞에서 그런 짓을 하다니... 완전 사회에 복수하려고 작정한 거잖아요.”
안옥정은 분에 못 이겨 목소리를 높였고 박영란은 가슴을 움켜쥔 채 안색이 잿빛으로 질려 있었다.
그때 마침 배유현이 집 안으로 들어섰다.
“유현이 왔구나. 뉴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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