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화
윤아린은 화장실에 들렸다가 바로 방으로 돌아갔다.
윤채원은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그녀의 머리맡에 조심스레 놓았다.
어느새 밤 10시가 되었다.
윤채원은 배유현과 주방에서 이렇게 오래 있을 줄은 몰랐다.
우유를 마신 윤아린은 침대에 누워 금세 잠이 들었다.
이때, 배유현도 이미 떠나고 없었다.
윤채원은 욕실에 들어가서 샤워하면서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따뜻한 물줄기와 바디 워시의 거품이 그녀의 가슴을 스치자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졌다. 윤채원은 빠른 속도로 씻은 후, 뿌연 김이 서린 거울 속에 비친 온몸에 가득한 자국들을 바라보았다.
이튿날 아침.
윤채원은 나가서 조식을 사고 나서 가장 먼저 진정숙에게 가져다주었다.
진정숙은 도움을 준 배유현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냐고 물었다.
윤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진정숙이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닫고 말했다.
“제가 식사 대접했어요.”
“배 의사 선생님은 널 좋아하지?”
진정숙은 그날 밤에 배유현이 자신의 집에 와서 혈압을 쟀을 때 이미 눈치챘다.
그리고 아린이도 배유현을 보자마자 반갑게 아저씨라고 부르는 걸 보고 예전부터 배유현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윤채원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그녀는 좁쌀죽을 그릇에 담아 진정숙에게 건넸다.
“그건...”
진정숙은 그녀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
“배 의사 선생님은 보통 집안이 아닌 것 같아. 저런 재벌가에 시집가는 건 힘들 거야.”
물론 진정숙은 윤채원이 좋은 배필을 만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딸을 데리고 재벌가에 들어간다면 분명 엄청나게 고생할 것이다.
그녀는 윤채원과 3년 동안 함께 지냈다.
처음에는 아들이 영감을 편히 보내기 위해 계약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윤채원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예쁘게 생긴 윤채원이 딸을 가진 미혼모의 신분으로 아들과 결혼한 것이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진정숙과 친하게 지냈던 이웃들은 윤채원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고 나서 저렇게 예쁜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시집온 것은 아들이 큰 손해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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