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1화
눈동자는 맑고 투명했으며 욕망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피곤함에 젖어 거절하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미쳐버린 것은 그였다.
배유현은 마치 소리 없이 볼을 두 대 맞은 듯 격렬하게 요동치는 호흡을 억누르며 손가락 마디를 하얗게 물들이도록 핸들을 꽉 움켜쥐었다. 힘을 빼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만약 그 힘으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면 금세 으스러졌을 것이다.
만약 정말로 무슨 짓이라도 하려 들었다면 윤채원은 저항할 길이 없었다.
윤채원에게서는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가 풍겼다. 샤워를 마친 탓에 다른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피부 위에 남은 붉은 흔적들은 여전히 선명했다.
배유현은 사실 그녀에게 강제로 무슨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속이 막혀 미칠 듯이 괴로웠다.
윤채원은 원래 몸이 약했고 저렇게 마른 몸으로는 자신이 조금만 거칠게 굴어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배유현은 변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피곤하다는 말은 곧 진도준과 막 끝낸 뒤라 자신과는 엮이고 싶지 않다는 뜻처럼 들려 가슴을 더욱 옥죄었다.
그는 마침내 거친 숨을 고르며 가슴이 뜨겁게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윤채원의 창백한 얼굴을 노려보며 이를 악문 뒤 손을 들어 그녀의 옷 단추를 하나하나 채워주었다.
패딩을 다시 입혀 지퍼를 끝까지 올려주고는 그녀의 턱을 잡아 아주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이번엔 짧고 얇게 그저 스치듯이.
“저는 내일 밤엔 야간 근무고 모레 밤에는 개인적인 일이 있어요. 글피 밤에 윤채원 씨를 찾아갈 텐데 그때는 시간 돼요?”
윤채원이 그를 향해 놀란 눈빛을 보냈지만 끝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배유현은 관자놀이를 파고드는 통증을 참으며 억눌린 감정을 삼키고 목소리를 낮췄다.
“이번 주엔 오늘 밤 빼고는 3일 뒤밖에 시간이 없어요.”
그는 윤채원의 손가락을 잡아 자신의 가슴팍에 가져다 댔다.
심장 박동과 뜨겁게 요동치는 숨결이 그대로 전해졌고 윤채원은 손끝이 불타는 듯 뜨거워 서둘러 손을 빼냈다.
배유현의 눈빛에 파문과 상처가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짧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