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2화
윤채원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배유현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다.
“정말 대충 얼버무리시네요.”
배유현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들어 6층 방향을 바라봤다. 건물 전체는 어두웠지만 윤채원의 방만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허리를 감싼 그의 팔은 조금도 느슨해지지 않았다.
“설마 돌아가서 진도준 씨와 계속할 생각은 아니겠죠.”
그는 아까 그녀를 불쌍하게 여기지 말아야 했다고 정말 피곤해 보였기에 함부로 대하지 못했던 것으로 생각했다.
윤채원이 말했다.
“밤 10시요. 밤 10시 이후에 시간 있어요.”
그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
윤채원은 그를 바라보자 배유현이 물었다.
“제가 갈까요? 아니면 윤채원 씨가 저를 찾아올래요?”
“그때 가서 얘기해요.”
윤채원은 바람 때문에 졸음이 사라졌다.
배유현은 여전히 손을 놓지 않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허리를 꼬집었다. 패딩 안의 솜털은 매우 부드러웠고 그녀의 허리도 부드러웠다.
윤채원의 잔잔한 호수 같은 표정을 보고 그는 손을 놓았지만 턱을 치켜들며 바닥에 놓인 방진 드레스 가방을 가리켰다.
“옷은 가져가요. 저는 제가 준 물건은 다시 돌려받지 않아요.”
윤채원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준 물건이 마음에 안 들면 버리든지 앞에 쓰레기통에 버리든지 아니면 중고로 팔아요.”
팔아서 얻은 돈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잘 살 수 있었고 굳이 진도준과 가난한 부부처럼 살 필요는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한 번 여자가 보내온 택배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안에 들어 있던 물건은 그를 괴롭히기에 충분했다. 그것도 그가 미국에 있을 때 그의 집으로 배송되었다.
그를 차단하고 모든 연락처를 삭제했다. 그것은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어 바람이 불면 다시 살아나 가끔 그를 괴롭히며 상기시켰다.
...
윤채원은 집에 돌아와 택배 예약을 취소했다.
그녀의 집에는 옷감 재단 전용 인체 모형이 있었는데 실제 사람 크기보다 약간 작았고 그녀는 인체 모형을 꺼내 옷을 입혔다.
파란빛은 흐르는 물결처럼 은은하게 퍼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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