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0화
한 시간 반 후, 윤채원은 에토일에 도착했다. 그녀는 윤아린에게 먼저 자신의 사무실에 가서 놀라고 말하고 짐을 들고 민혜진의 사무실로 향했다.
민혜진과 한참 동안 상의한 후, 두 사람은 이번 입찰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자신들의 디자인에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로, 누구보다 혼신을 다해 심혈을 기울였지만, 레이야가 워낙 치밀하게 판을 흔들어 놓은 탓에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레이야는 막강한 제로 뮤즈를 등에 업고 있었고 차아영은 배유현의 형수였다. 결국 똬리 속에서 손 바뀌듯, 한 가족 안에서 주고받는 셈이었다. 그러니 레이야는 공짜로 디자인을 내줘도 상관없겠지만, 에토일은 아니었다. 그녀들은 한 땀 한 땀 쏟은 노력이 아까웠고 무엇보다 수많은 직원들을 먹여 살려야 헸다.
에토일이 입찰을 포기하자 다음 날 노비아를 비롯한 다른 다섯 군데의 디자인 팀들도 줄줄이 입찰 포기를 선언했다. 공정한 경쟁이었다면 너나 할 것 없이 기꺼이 도전해 보았겠지만 레이야가 배진 그룹에 그야말로 0원,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봉사하겠다는 과도하게 요란한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다른 디자인 회사들은 굳이 계란으로 바위 치는 어리석은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
윤채원과 민혜진은 온누리플라자 입주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원래대로라면 금요일 저녁은 배진 그룹의 입찰 설명회가 열리는 날이었지만, 임재원은 윤채원에게 따로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두 사람은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분위기 있는 선율의 바이올린 연주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무대 위에 선 연주자는 능숙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때, 웨이터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윤채원에게 다가가더니 탐스럽게 핀 핑크색 리치를 한 아름 소담스럽게 안겨주었다. 윤채원은 꽃을 바라보았다. 달콤하면서도 향긋한 꽃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혔고 꽃송이는 크고 탐스러웠다.
“감사합니다, 임 대표님.”
“채원 씨, 임 대표라고 부르니 아무래도 나랑 거리를 두는 것 같아서 괜히 섭섭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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