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2화
윤채원의 차례가 되자 그녀는 약간 긴장했지만 다행히 모든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녀의 두 가지 디자인은 물빛 슬리브리스 저고리에 여의 문양 단추와 금실 술이 달린 여의 모양 노리개가 더해진 작품이었다.
그녀는 예전에 역사를 조사하면서 연청시 박물관에 소장된 이 유물이 사실상 잔존품임을 알았다. 따뜻한 흰빛을 띤 정요 백유에는 원래 불에 그을리며 갈라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인종 시기 유물이라는 자료를 참고해 그녀는 그 따뜻한 흰빛과 불에 그을린 듯한 색감을 살린 롱스커트를 디자인했다.
배유현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윤 관장은 놀라움에 휩싸였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쓴 점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원피스의 디자인 또한 독특했고 노리개는 녹유 여의 원형을 완벽하게 축소 복제하여 홍보 효과도 있고 주제에도 완벽하게 부합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헛기침을 하며 옆에 있던 홍보팀장과 눈을 마주쳤다. 상대방 또한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배진 그룹의 의중에 달려 있었다.
배유현 또한 화면에 나타난 이미지를 응시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귓가에는 여인의 부드럽고 차분한 설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긴장한 탓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하지만 발표가 진행될수록 그녀는 점차 자신감을 되찾았고 이내 익숙한 자신의 분야에 몰입하여 완벽하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했다.
윤채원은 발표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뒤에서 세 번째 순서였고 뒤에는 디자인 회사 두 곳이 더 남아 있었다. 민혜진은 작은 목소리로 귓속말했다.
“왠지 느낌이 좋아요. 우리 될 것 같아요!”
윤채원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러면 좋겠어요.”
“채원 씨는 못 봤겠지만, 도시연이 채원 씨 디자인을 얼마나 질투 어린 눈빛으로 쏘아봤는지 몰라요! 완전 질투심에 눈이 멀어서 당장이라도 채원 씨를 찢어 죽일 것 같았다니까요! 그리고 다른 디자이너들도 저 디자인을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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