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2화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지금 스테이크를 잘라주고 있었다. 한성준은 윤채원의 얼굴을 바라봤다. 사실 배진 그룹에서 제시한 절대적인 조건 외에도, 이 여자의 얼굴만으로도 충분히 그의 발길을 멈추게 할 만했다. 결국 남자란 여자의 외모에 첫눈에 반하는 법이니까.
“윤채원 씨, 누나라고 불러도 될까요?”
그는 서둘러 관계를 진전시키고 싶어 했다.
“그래.”
윤채원은 정성스럽게 잘라 건네주는 스테이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나는 뭐라고 불러?”
“누나, 그냥 성준이라고 불러주세요.”
“누나, 우리 이따 영화 보러 갈까요?”
오늘 밤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한성준은 윤채원의 머리 위로 우산을 기울여 씌워주며 식당을 나섰다. 가랑비가 내리는 흐릿한 밤, 배유현은 한성준이 차 문을 열고 윤채원의 안전벨트를 다정하게 채워주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눅눅하고 흐린 날씨였다.
배유현은 힘겹게 계단을 내려왔다. 그의 왼쪽 다리는 마치 굳은 나무처럼 뻣뻣하게 굳어 구부릴 때마다 끔찍한 통증이 느껴졌다.
창백한 얼굴에 드리운 그의 잘생긴 윤곽은 한성준의 차가 멀어져 가는 것을 멍하니 응시했다.
송우담이 우산을 받쳐 들고 그에게 다가왔다.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몇 걸음 되지 않았다.
월담에는 지하 주차장이 없고 지상 VIP 주차 구역만 있었다.
송우담은 평소에는 그토록 오만하고 도도했던 남자가 며칠째 계속되는 장맛비 때문에, 늘씬하고 훤칠한 키에도 불구하고 걸을 때면 왼쪽 다리가 뻣뻣하게 굳어 절뚝거리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차 안에서 송우담은 구급상자에서 진통제를 꺼내며 창백해진 얼굴의 배유현을 살폈다. 배유현은 왼쪽 무릎에 부상이 있었는데 연청시에 온 후부터는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해안 도시라 습기가 많고 오늘처럼 비까지 내리니 더욱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배유현은 그저 진통제를 한 번 힐끗 쳐다봤을 뿐 먹지는 않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왼쪽 무릎을 꽉 움켜쥐었다. 수술로 제거할 수 없는 두 개의 산탄 파편이 눅눅한 장맛비 속에서 더욱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며 다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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