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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배유현은 손을 놓았고 윤채원은 문을 닫았다. 그녀의 방문이 굳게 닫히자 마지막 한 줄기 빛마저 사라진 듯 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배유현은 굳은 듯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를 맞이하는 건 텅 빈 복도와 그의 모든 것을 낱낱이 기록하는 현관문 감시 카메라의 붉은 점멸등뿐이었다. 애처롭게 눈물을 글썽이는 그의 눈과 무너져 내린 듯 굽은 어깨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 윤채원은 주말에 윤아린을 데리고 송주로 향했다. 토요일은 진정숙의 생신이었다. 작년에 진정숙은 갑작스러운 고혈압으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졌었기에 지금은 식단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었다. 점심 식사는 진도준이 특별히 고급 출장 요리사를 섭외해서 정갈하고 담백한 음식들을 준비했다. 지난 3년 동안, 진도준의 연구 프로젝트는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진정숙의 속을 썩이는 건, 만났다 하면 얼마 못 가 헤어지는 아들의 연애사였다. 오후가 되자 윤채원은 딸을 진 씨 저택에 맡겨두고 차를 몰아 청운읍에 있는 상제사로 향했다. 윤채원은 해마다 이곳을 찾았다. 그리고 해마다 이곳은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인터넷에는 이곳의 점괘가 신통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어떤 사람들은 주지 스님이 전설 속의 은둔 고수라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불상은 새로 단장되었고 오가는 신도들이 꽤 많아졌으며 동자승들도 많이 생겨 절은 더이상 썰렁하지 않았다. 동자승이 그녀를 알아보고 말했다. “오늘 소명 스님께서는 선방에서 설법하고 계십니다. 스님을 뵙기를 원하시면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윤채원이 답했다. “아닙니다, 스님께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저는 잠시 후에 갈 겁니다.” 그녀는 오래전 자신에게 깨달음을 주었던 소명 스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작은 정성을 보탰고 산에서 내려올 때에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공기 중에 향불 재가 떠다니고 저 멀리서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윤채원의 마음은 모처럼 평온을 되찾았다. ... 진정숙은 윤아린이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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