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간호사는 웃으며 배유현을 보았다.
“어머, 배 선생님도 계셨네요.”
배유현은 이 병원에서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존재였다.
간호사는 배유현의 옆에 앉은 여자를 흘끗 보았다. 예쁘게 화장한 여자는 몸에 자넬 니트 위에 체크 캐시미어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부잣집 딸의 차림새였다.
도시연은 윤해원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채원 씨?”
윤채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자를 벗었다.
“도 팀장님.”
도시연은 윤채원의 쉬어버린 목소리를 듣고는 피식 웃어버렸다.
“어머, 채원 씨. 목이 왜 이렇게 쉬었어요? 채원 씨인 줄도 몰라봤네요.”
“유현 오빠, 이분은 우리 부서 직원이야. 저번에 헤븐샤부샤부에 갔을 때 같이 있었는데, 기억나?”
도시연은 당연히 이런 사소한 일을 배유현이 기억할 리가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냥 꺼내 본 말이었다. 여하간에 배유현과 윤채원은 사적인 교류도 없었고 사는 세계도 달랐으니까.
다만 윤채원의 디자인 실력이 뛰어나서 권우석이 눈여겨보고 있을 뿐 그저 평범한 집안 출신에 이혼해서 아이까지 혼자 키우고 있는 여자였다.
도시연은 그저 배유현의 앞에서, 또 회사 직원 앞에서 친근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 뿐이었다.
윤채원은 그저 미소를 짓고는 더 말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신발과 바닥, 그리고 주삿바늘이 꽂힌 자신의 팔만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배유현을 흘끗 곁눈질로 보기도 했다.
간호사는 멀리 가더니 간호사실에서 수군거리며 배유현의 여자친구를 보았다고 떠들어댔다.
윤채원은 눈을 감고 쉬려고 했지만 누군가 자신을 몇 번이나 흘끗 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마치 가시방석 같았다.
도시연은 아주 온화한 목소리로 배유현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윤채원의 귀에 전부 들어왔다.
그러다가 도시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배유현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 아들이 옆에 있는지 물었고 푹 쉬라며 당부하기도 했다. 도시연은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배유현이 옆에 있어 주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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