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그러나 윤채원은 상대가 아직도 자신을 훑어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금 배유현과 했던 연기가 서툴렀는지 아닌지 몰랐던지라 40분 후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다만 긴장과 불안이 계속해서 경계심을 불러일으켜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하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차가 자신이 알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빠져나갈 기미를 보이면 긴장과 불안이 온몸을 휘감아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운전기사는 여전히 틈만 나면 말을 걸어왔고 그 말 속에서는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와 성희롱이 담겨 있었다. “아가씨는 피부가 정말 희고 매끄럽네. 남편이 참 부럽네요. 복 받았어요, 아주.” “차 안이 그렇게 안 추우니까 겉옷 벗어도 돼요.” “남편이 의사였군요. 돈 많이 벌겠네. 하긴, 돈 못 벌면 어디서 이런 아내를 구하겠어.” 대략 20분쯤 지나자 윤채원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배유현의 저장명이 크게 떠올라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응, 나 아파트 단지 앞에 있어.” 짧은 한마디였지만 윤채원은 안도하게 되었고 바로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아, 난 지금 진산로 근처야. 2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아.” 윤채원은 배유현이 다시 전화를 걸어 연기해줄 거라 생각도 못 해다. 하지만 이 통화 덕분에 윤채원의 긴장과 불안은 조금 가시게 되었고 차가 이미 북성구 쪽으로 들어서며 익숙한 거리가 보이자 이내 안도했다. 차가 아파트 단지 앞에서 멈출 때까지 말이다. 윤채원은 서둘러 문을 열었다. 마치 지옥에서 벗어나는 듯한 사람처럼 고개를 숙인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단지를 향해 급히 걸음을 옮겼다. 그 탓에 단단한 가슴과 부딪히게 되었고 은은하고 시원한 남성 향수 냄새가 풍겼다. 예상치 못한 충돌에 윤채원은 당황하며 중심을 잃고 두 걸음 비틀대며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키가 크고 든든해 보이는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배유현은 무뚝뚝한 얼굴로 손을 뻗어 윤채원의 손목을 잡아 일으켜주었다. 윤채원의 몸은 흔들림 없이 그에게 이끌려 몸에 다시 부딪혔고 은은한 향기가 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