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배유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턱을 살짝 올리고 있었다.
대학교 3년을 함께 다녔지만 윤채원은 배유현과 단둘이 찍은 사진 한 장조차 없었다.
윤채원이 사진을 보다가 배유현이 다가오는 걸 발견하고는 급히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손가락을 꽉 움켜쥐며 딸의 손을 붙잡았다.
“아린아, 우린 뒤쪽에 가보자. 뒤에는 꽃을 전시해둔 것 같아.”
“네!”
아이는 꽃과 풀을 무척이나 좋아했기에 바로 강지훈과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윤채원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삼촌, 우리도 꽃 보러 가요.”
배유현은 윤채원이 거의 도망치듯 떠나는 뒷모습을 빤히 보다가 살짝 미간을 구겼다. 지금 이 순간 불쾌함이 치밀어 올랐다.
“안 가.”
“삼촌, 저도 꽃구경하고 싶단 말이에요.”
배유현은 통통한 조카의 어깨를 눌러 몸을 돌리게 했다.
“너 2관에서 간식 사고 싶다 하지 않았냐? 가자, 2관에는 전부 간식이야.”
강지훈은 바로 입술을 핥으며 반응을 보였고 결국 식탐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좋아요.”
배유현은 윤채원이 이토록 선을 긋는데 굳이 더 다가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그녀와는 별다른 관계도 아니고 그냥 의사와 환자가 아니던가.
그저 우연히 몇 번 마주쳤을 뿐이다.
그는 확실히 윤채원에게 묘한 친숙감과 호감을 느꼈고 얼굴도 편안하게 다가왔지만 윤채원은 이미 남편과 아이가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에게도 이렇듯 차갑게 거리를 두는데 억지로 다가가서 뭐 하겠는가. 어차피 원래부터 그리 친하지도 않은 낯선 사이였다...
배유현과 강지훈은 2관에 도착했다.
안에는 백 개가 넘는 창구가 있었는데 다양한 간식과 특산품을 팔고 있었다. 가격은 바깥에서 파는 것보다 두 배가 비쌌지만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은 결국 아이들의 요구에 지갑을 열었다.
요즘은 아이들 기분을 깨는 부모가 드물었고 웬만하면 아이들이 즐겁기를 바랐으니까. 특히 이번 세대 부모들은 더 그러했다.
배유현은 조카의 코코아톡에 용돈을 송금해주고는 먹고 싶은 건 알아서 골라 직접 결제하라고 했다.
“삼촌, 아이스크림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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