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1화
윤성빈은 거칠고 모진 말을 내뱉으면서도 채시아의 입술을 놓지 않았다. 마치 이대로 그녀를 품 안에 가둬두고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말해. 뭘 하면 소송을 취하할 거야?”
“네가 원하는 게 뭐든 말해. 다 줄게. 제발 소송만 취하해!”
그가 두려운 건 지는 게 아니었다. 이번만큼은 절대로 질 수 없었다. 법원이 이혼을 인정하는 순간, 더 이상 그녀를 옆에 묶어둘 명분조차 사라져버릴 테니까.
“말만 해. 내가 가진 건 다 줄게.”
그는 거의 애원하듯 되뇌었다.
채시아는 몸부림치며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다. 대답하지 않는 그녀를 윤성빈은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낮게 물었다.
“박지훈이 연락했어? 그놈 때문이야?”
채시아는 그의 어깨를 밀치며 힘겹게 말했다.
“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윤성빈은 믿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은 채, 여전히 그녀를 놓지 않았다.
차는 도로 한쪽에 멈춰 있었고 창밖으로는 큰 눈이 쉴 새 없이 내리고 있었다. 차 안의 공기는 숨 막히도록 고요했다.
그리고 채시아의 낮은 목소리가 침묵을 깼다.
“혹시 나 좋아하게 된 거예요?”
예전에 한 번 물었던 질문이었다.
그땐 대답이 두려웠지만 지금은 왠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윤성빈의 동작이 잠시 굳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을 때 채시아의 맑은 눈동자가 그를 똑바로 마주했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채시아는 속삭이듯 말했다.
“대답 안 해도 돼요.”
그리고 쓸쓸하게 웃었다.
“지금은 당신이 날 좋아하길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날 놔줬으면 해요.”
“우리 이혼해요. 네?”
“부탁이에요. 제발.”
윤성빈의 목 안은 가시덤불이 걸린 듯 쓰라렸고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안 돼.”
짧고 단호했다.
채시아의 눈에 실망이 스쳤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성빈은 그 순간 유난히 지난날의 그녀가 그리웠다. 다시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녀에게 사랑받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긴장과 피로에 지친 채시아는 어느새 그의 품 안에서 잠이 들었다. 윤성빈은 한참 동안 고요히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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