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2화
이번에 채하진은 윤성빈의 개인 컴퓨터를 뚫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그 시각, 그의 친아버지가 아직 깨어 있었던 것이다.
윤성빈은 잠이 오지 않아 일을 마무리하던 중이었고 그때 컴퓨터 화면이 이상하게 변하는 걸 눈치챘다.
마우스 포인터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걸 보자 그의 눈매가 차갑게 가늘어졌다. 그는 곧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반대편,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채하진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채윤학이 옆에서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형, 무슨 일이야?”
“젠장, 들켰어.”
그가 마지막 방어를 시도하는 순간, 화면이 새까맣게 꺼졌다. 윤성빈의 컴퓨터를 해킹하려다 오히려 역으로 침투당한 것이다.
아직 너무 어린 채하진은 윤성빈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는 곧바로 아이들이 있는 위치를 역추적해냈다.
“감히...”
윤성빈은 입꼬리를 차갑게 올리며 확보한 좌표를 허준에게 전송했다.
[해외다. 사람 보내서 확인해.]
채하진은 힘없이 의자에 기대어 숨을 내쉬었다.
“젠장...”
채윤학이 중얼거렸다.
“나쁜 아빠가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네.”
컴퓨터는 잘 몰라도, 상황이 심각하다는 건 감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사람이 오기 전에 흔적부터 지워야 돼.”
채하진은 재빨리 장비를 껐다.
“우리 도망 안 가?”
채윤학의 목소리에 불안이 묻어났다. 윤성빈의 손에 한 번 걸리면 다시는 쉽게 나오지 못할 거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수림 장원에서 갇혀 지내던 지루한 날들이 떠올랐다.
“괜찮아. 그 사람이 알아낸 건 대략적인 주소일 뿐, 우리가 누군지는 몰라.”
채하진은 침착하게 답했다.
채윤학은 이불 속으로 몸을 말며 낮게 중얼거렸다.
“그래. 우린 그냥 게임 좋아하는 꼬맹이잖아.”
둘은 각자 침대에 누웠다. 몸이 불편한 채윤학은 낮게 흥얼거리다 곧 잠들었다.
이혼 소송을 기다리는 시간은 유난히 더디고 무겁게 흘렀다. 채시아는 아버지의 묘소를 찾아 눈 덮인 주변을 조심스레 치운 뒤 앉았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묘비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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