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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그가 남긴 어떤 물건도 더는 필요하지 않았다

임가윤은 안내 데스크에 묻고 행정 부서 사람들에게도 차례로 물어본 끝에 마침내 잡동사니 창고에서 암호화된 금속 가방을 찾아냈다. 그 안에는 그녀가 그동안 연구에 쏟아온 모든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생의 임가윤은 문태오와의 가정에 온전히 매달리기 위해 그 가방을 팔아 제법 많은 돈을 마련했었다. 그리고 그 돈은 결국 임신 준비에 전부 쓰였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몸을 찌르는 주삿바늘의 고통, 수술대 위에서의 무력감과 두려움, 그리고 문태오의 깊은 애정 뒤에 숨어 있던 기만이었다. 임가윤은 되찾은 가방을 어루만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오랫동안 눌러 두었던 억울함과 분노가 한순간에 터져 나와 겨우 붙잡고 있던 이성을 무너뜨렸다. 그녀는 끝내 버티지 못하고 가방을 끌어안은 채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굵은 눈물이 금속 겉면에 떨어져 작은 물 자국을 남겼다. 그때 창고 밖에서 발소리와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임가윤은 재빨리 얼굴의 눈물을 닦아내고 몸을 곧게 세웠다. 붉어진 눈가를 제외하면 조금 전 무너져 내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평소의 냉정한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고개를 숙여 가방을 열려던 순간, 가방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비밀번호 잠금장치는 그녀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것으로 세 번 이상 암호 입력에 실패하면 자동으로 완전히 잠기게 되어 있었다. 임가윤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가방을 단단히 움켜쥔 채 창고를 나왔다. 잡동사니 창고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행정 부서의 한 여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임가윤 씨, 그 화분들은 아직 필요하신가요?” 임가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단호히 대답했다. “필요 없어요.” 그 화분들은 모두 문태오가 하나하나 보내온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그 사람도 그가 남긴 어떤 물건도 더는 필요하지 않았다. 화분 따위는 말할 것도 없었다. ... 임가윤은 곧장 미래 테크로 향했다. 회사의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사람들은 낙하산처럼 들어온 본부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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