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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쓸데없는 상상

서지강은 여전히 탄탄한 상반신을 드러낸 채, 허리에 짙은 회색 운동 반바지만 걸치고 있었다. 피부에는 아직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그것들이 단단한 가슴 근육을 타고 흘러내리다 복근 라인으로 사라지며 은근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날씨가 더운 편은 아니었는데도 그는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도 불쾌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오히려 은은한 비누 향에 묘하게 어우러진 땀 냄새가 남성적인 매력을 풍겼다.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을 끌어당기는 향기였다. 문 앞에 서 있는 임가윤을 본 서지강은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 “또 시끄러웠어?” 임가윤은 또다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설마? 어젯밤의 소란도 모자라 오늘 밤에도 또? 이 남자, 기운이 너무 넘치는 거 아니야?’ 그녀는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지며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아, 아니요! 그냥 밥을 안 드신 것 같아서 대충 좀 만들었어요.” 손에 들고 있던 보온 도시락을 건네며 말했다. “컵라면은 몸에 안 좋아요. 두 사람, 혹시 부족하면 더 갖다드릴게요.” “두 사람?” 서지강은 낮은 목소리로 의아하게 물으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순간 머릿속에 스치듯 무언가가 떠오르더니 이전의 두 번의 기묘한 반응까지 겹쳐 이 여자가 무슨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는지 단숨에 깨달았다. 그는 미간을 좁히고 말없이 팔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꺅! 뭐 하는 거예요! 놔요!” 임가윤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그러나 돌아서 도망가려는 순간, 서지강은 마치 닭 잡듯 자연스럽게 다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더니 단숨에 들어 올려 성큼성큼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운동하고 있었어.” 낮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시끄러웠다면 앞으로는 이 시간엔 안 할게.” “쿵!” 그는 곧 임가윤을 내려주었다. 다정함은 조금도 없는 손길이었다. 발에 힘이 풀려 엉덩방아를 찧을 뻔한 순간, 그가 허리를 다시 단단히 잡아 줘 간신히 몸을 바로 세울 수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거대한 검은색 샌드백이었다. 샌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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