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과분한 논문
“우리는 계약 결혼이고 우연히 위아래층에 사는 것 말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사이야.”
강보라의 얼굴에서 미소가 단숨에 사라졌다. 실망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굳어지더니 임가윤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콕 찌르며 말했다.
“임가윤, 너 정말 한심하다.”
그날 밤, 임가윤은 강보라의 집에 머물렀다.
다음 날 오후, 그녀는 옷가지와 자료를 챙기기 위해 다시 아파트로 돌아왔다. 막 캐리어를 펼치려는 순간,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서지강이 역광 속에 서 있었다.
넓은 어깨와 긴 다리가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그녀를 거의 완전히 덮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임가윤을 내려다봤고 눈빛은 칠흑처럼 깊고 검었다.
“도시락 돌려주러 왔어.”
그는 보온 도시락을 건네며 덧붙였다.
“반찬은 맛있었는데 다음엔 소금을 좀 더 넣어줘. 너무 싱거웠어.”
임가윤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그의 뻔뻔함에 속으로 투덜거렸다.
“들어와서 잠깐 앉았다 갈래요?”
“좋아.”
의례적인 물음에 그가 거절할 줄 알았지만 뜻밖에도 그는 시원하게 대답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몸을 틀어 거실로 들어섰고, 큰 키에서 풍기는 은은한 비누 향이 좁은 공간을 금세 가득 채웠다.
임가윤은 할 말을 잃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서지강의 시선이 바닥에 놓인 캐리어로 옮겨갔다. 그는 천천히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사 가려고?”
“아니요.”
임가윤은 도시락을 싱크대에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내일 졸업 논문 발표가 있어서 학교에 잠깐 가야 해요.”
서지강은 탁자 위에 놓인 졸업 논문을 집어 들어 몇 장 넘겨보더니 다시 표지를 힐끗 보며 말했다.
“너희 학교에 과분한 논문이야.”
임가윤은 순간 당황해 웃으며 말했다.
“원서 넣을 때 뭘 몰라서 그냥 아무 데나 골랐어요.”
그녀는 그의 손에서 논문을 빼내어 캐리어에 집어넣었다.
서지강은 다시 탁자 위에 쌓인 두꺼운 전공 서적을 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대학원 준비하려고?”
“네.”
임가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온대에 지원해 보려고요.”
그는 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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