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한편 고건우는 경찰서에서 꼬박 세 시간을 머물게 되었다.
가지고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절차대로 하나도 빠짐없이 서류를 전부 작성해야 했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반성문을 쓰고 나서야 겨우 나올 수 있었다.
경찰서 문을 열고 나왔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둑해진 상태였고 주문 제작한 정장은 구겨질 대로 구겨져 있었다.
머리카락도 다소 헝클어져 전체적으로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진한나! 어떻게 이리도 매정할 수가 있어!'
고건우의 머릿속에는 진한나가 전화통화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목소리는 무서울 정도로 차갑고 이성적이며 논리 정연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진한나는 진정으로 알아보려고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8년 동안 진한나는 항상 온순하고 얌전하며 요염했으니까. 그래서 늘 자신이 하라는 대로 하고 지루할 때면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자신의 발아래를 기어 다니라고 해도 망설임도 없이 기어 다닐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장난감은 갑자기 고건우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더는 온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강하게 공격하기도 했다.
더는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고건우는 전례 없는 불안과 초조함을 느끼게 되었다.
회사로 돌아온 고건우는 초조한 마음에 진한나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진한나는 이미 그의 연락처를 전부 차단한 상태였다.
그래서 거의 사용하지 않던 SNS를 열어 한때 자신을 태그했던 게시물 속에서라도 진한나의 연락처를 얻어내 한 마디라도 말을 걸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로그인하고 보니 전부 삭제되어 있었다. 진한나는 그와 연관된 게시물을 흔적도 없이 전부 지워버렸다.
마치 8년간의 감정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고건우는 보이지 않는 손에 심장을 꽉 움켜쥔 듯 답답하고 아팠다.
진한나가 대체 왜 이러는 것인지 몰랐다. 그런 사진을 보낸 것도 그저 진한나를 굴복시키기 위함이었고 정말로 인터넷에 유포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자신을 신고할 줄이야.
무심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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